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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마약?', 4대 중독법에 게임업계 반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10-27 15:53


◇'4대 중독법' 발의에 대해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홈 페이지에 '근조'를 내걸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 산업인은 마약 제조업자가 아니다!"

매해 10~11월은 한국 게임산업에 중요한 시기다. 올해를 빛낸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본상 심사와 시상식이 열리고 이어 국내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또 게임의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겨울방학 시즌을 앞두고 신작을 출시하거나, 게임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한 해동안의 결실을 알차게 수확하고 내년 이후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기꺼이 분주함을 마다하지 않는 순간이다. 하지만 2013년, 적어도 올해는 그런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우선 게임산업 내부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국 게임산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 해외 게임과 모바일게임 열풍에 밀려 그 어느 때보다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저하가 뚜렷하다. 신작이 좀처럼 나오지 않을뿐 아니라 기존 작품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가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에서 40% 이상을 계속 질주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2위인 'FIFA 온라인 3'의 경우 최대 게임 개발사 가운데 하나인 미국 EA사의 'FIFA' 시리즈의 IP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즉 2개의 외산 게임에 유저 절반 이상이 쏠려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절반도 안되는 유저층을 상대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대체하고 있다는 모바일게임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형적인 '레드오션'이 되는데다 이쪽저쪽 수수료를 떼이고 나니 수익성이 뚝 떨어진다. 이제까지 게임산업은 평균수익률이 20%가 넘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모바일게임은 이 수치가 10%도 되지 않는다. 또 온라인의 경우 그동안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왔지만, 모바일은 후발주자이다. 모바일게임이 한국 게임산업을 이끄는 대세가 되기에는 그만큼 한계가 많다.

외부적인 환경은 더 심각하다. 정부 부처나 여당이 게임 진흥과 규제에 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니 게임산업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급기야 게임이 알코올, 도박, 마약 등과 더불어 '4대 중독'으로 지목되면서, 게임업계로부터 엄청난 반발이 초래되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4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근조(謹弔) 대한민국게임산업'이라는 조기를 내걸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중인 일명 '게임 중독법'은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다며 이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협회는 '한국 게임산업은 문화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10만여명의 산업역군들이 종사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산업'이라며 '전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우수산업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사례는 없다. 중독법은 구한말 추진됐던 쇄국정책의 2013년 버전이며, 사망선고를 내리는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게임 개발자는 마약 제조업자가 아니다'라며 '과거 쇄국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미래 게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 규제안 등 최근 몇년간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을 알콜과 마약, 도박 등과 함께 4대 중독물로 규정하고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설치해 관리한다는 일명 '중독법' 발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게임은 졸지에 '유해물질'이 되면서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 게임사 대표는 "게임사들이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지만, 규제가 계속되면서 이미지가 실추돼 예전처럼 좋은 인재가 모여들지 않고 있다"며 "만약 중독법이 통과된다면 누가 '마약 제조사'에 들어오려 하겠냐"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게임사 대표도 "국내에선 유해물질로 규제하고, 수출은 장려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더 이상 국내에서 게임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어쨌든 게임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지만 여성가족부에 이어 보건복지부까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미래창조과학부가 게임을 창조경제의 5대 핵심 콘텐츠로 정하고 진흥책을 강구중인 상황이라 정부 부처 내에서의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4대 중독법'을 언급하고, 이에 대해 같은 당 5선 의원이자 협회 수장인 남경필 의원이 "게임은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로 '4대악'이 아니다. 문화부와 미래부도 반대할 것이기에 중독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국정감사장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방향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게임 부작용은 근절해야 겠지만, 규제만을 내세운다면 창조경제에 대한 여당의 불신"이라고 꼬집었다. 판교에 게임사들을 적극 유치, '게임밸리'를 만드려고 하는 성남시도 지난 23일 대변인을 통해 "게임 규제 강화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게임전문가들은 "게임산업에 대해 정부나 각 정당, 지방정부까지 각자의 의견을 낼 정도로 국가 전체적으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진흥과 규제에 대한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위기에 빠진 한국 게임산업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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