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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물 제작자가 손을 잡았다. 콘텐츠 사업 지주사 iHQ와 글로벌 K-POP 강자인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전략적 투자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큐브-iHQ 연합'을 음악업계 빅3, 나아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 파워맨의 만남으로 인해 엔터업계의 권력이 또 다시 이동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이질적인 두 조직의 물리적 결합에 불과할 것인가. '큐브-iHQ 연합'의 배경과 전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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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자제휴 관계는 사실상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주식시장 진출을 뜻한다.
90년대 최대 음악 회사였던 대영AV 출신인 홍 회장은 가수 이예린을 시작으로 박진영, 전람회, 김동률, 박기영, 린 등을 발굴해낸 가요계 거물. 2001년 가수 박진영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8년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비스트, 포미닛, 지나, 비투비를 키워냈다. 매출 또한 상당하다. 설립 이듬해인 2009년부터 흑자를 내면서 2010년 15억6000만원, 2011년 33억3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억7000만원이나, 올해부터 일본 활동이 더욱 강화되면서 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실적과 스타군단 구축으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K-POP의 4대 글로벌 브랜드로 손꼽히며 그간 상장이 유력시 되어왔다. 홍 회장은 지속적으로 직상장을 검토해오던 중, 이번에 정훈탁 의장과 손을 잡으면서 보다 쉽고 빠른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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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Q의 정훈탁 의장은 가수 조용필 매니저를 시작으로 음악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한때 김혜수 전도연 전지현 정우성 등 연예계 빅스타들을 대거 거느리면서 연예계를 쥐락펴락했다. 상장 이후 단순(?) 매니지먼트업에서 탈피, 새로운 수익사업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한국엔터산업의 새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현 엔터 상장 빅3(SM-YG-JYP)의 주요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한류 열풍이 본격화되기 전 세대로서, 해외 매출의 덕을 크게 보진 못했다. 현재는 장혁, 황정음, 박은지, 김신영 등이 소속되어 있으나, 과거만큼 권세를 누리지는 못하는 상황. 더욱이 새로운 성장동력 개척에 있어 무언가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정 의장에게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엔터 명가 재건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휴의 결과, iHQ는 업계 최초로 음반 제작,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6월 인수한 음원 유통사이트 몽키3를 통한 음악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게 됐다.
또 기존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뿌리깊은 나무'나 '착한 남자' 제작 등을 통해 얻은 iHQ의 노하우와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더불어 당장 올 가을 데뷔를 목표로 iHQ가 키우고 있는 보이그룹은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듯.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를 더하면서 한류 열풍에 합류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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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은 이후 벌어질 다양한 실험들이 과연 무엇일까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터 업계는 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강점을 살린다면 업계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유니버셜 뮤직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도 가능하다.
포미닛의 현아가 월드스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고, 국내 최초로 월드스타로 불린 비도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보자면, 이번 두 스타 제작자의 결합은 업계에 물리적 파급 효과 이상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선택은 상장에 있어 '사이즈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실적을 과시해온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나홀로' 상장 대신 iHQ 카드를 택한데는 그만큼 상장의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 주식시장 문을 두드리던 가요계 중소형 기획사들의 합종연횡이 이후 숨가쁘게 펼쳐질 전망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가요계는 요동치면서 새로운 권력 지형도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오랜 부진을 씻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JYP엔터테인먼트와의 레이스 경쟁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업계 관계자는 "JYP가 지난 7월 2PM의 JYP와 미쓰에이가 소속된 JYP Ent의 합병 발표 이후 새로운 사업안 등을 제시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나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SM과 YG의 양강 체제가 형성되어 왔지만, 이번 두 회사의 제휴로 인해 기존 체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