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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기 "'구가의 서'라는 큰 산 넘으며 연기 희열 느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6-26 17:04 | 최종수정 2013-06-27 07:50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승기 성황리에 종영을 마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열연을 펼친 이승기는 반인반수'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무결점 연기를 통해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특히, 이승기는 극중 거침없는 카리스마, 감정 연기, 능수능란한 액션연기를 비롯해 탄생의 아픔을 가진 애처로움까지 다채로운 감정들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안방 아줌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여의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25

단정하게 자른 머리, 말끔한 옷차림, 그리고 손에 쥔 스마트폰. 4개월간 반인반수 최강치라고 불렸던 그를 다시 이승기로 만나니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배우 이승기와 캐릭터 최강치의 경계가 흐려질 만큼 그 둘의 밀착력이 뛰어났던 탓일 것이다. 그도 "서울 학동 사거리에 갔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승기는 외모부터 현대로 돌아왔지만 최강치의 흔적은 아직 남아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 쑥 빠진 볼살, 탄탄해진 어깨, 특유의 시원스러운 웃음까지. 만족감이 가득한 눈빛도 인간이 되기를 꿈꿨던 최강치의 눈빛과 꼭 닮아 보였다.

MBC '구가의 서'는 반인반수 설정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드라마다. 그래서 '원톱' 최강치를 중심에 놓고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다. 절대 악인 조관웅(이성재)과의 대립, 무형도관 사람들의 우정, 담여울(수지)과의 눈물겨운 순애보, 이들 모두 최강치의 몫이 컸다. 이승기는 이 관계망이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당기는 구심력 같은 존재가 돼야 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점은 스스로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신은 많아지고 촬영 시간은 부족하니까 대본에 대한 충분한 해석을 하지 못했어요. 조금 더 완성도 있게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은 들지만 그래도 정말 뿌듯합니다."

누구보다 인간답고자 했던 최강치처럼, 이승기는 누구보다 배우다웠다. 멋있게 보이고 싶은 당연한 욕심을 내려놓고 연기 앙상블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주인공이 먼저 하모니를 이뤄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모든 캐릭터는 각자의 매력으로 존재해요. 나와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까지 가져오려고 욕심 내면 나도 상대역도 무너져요. 내가 돋보여야 하는 장면인지 아니면 상대를 위한 장면인지 대본을 정확히 분석해서, 져줄 땐 확실하게 져주는 게 필요해요. 구월령이 멋있다고 해서 최강치의 캐릭터 톤을 바꿔버렸다면, 아마 멋있지 않았을 거예요.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느낌을 뿜어내는 게 더 중요하죠. 내 위치에 맞는 연기, 그리고 상대에게 방해되지 않는 연기가 진짜 좋은 연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인터뷰에서 수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승기 성황리에 종영을 마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열연을 펼친 이승기는 반인반수'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무결점 연기를 통해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특히, 이승기는 극중 거침없는 카리스마, 감정 연기, 능수능란한 액션연기를 비롯해 탄생의 아픔을 가진 애처로움까지 다채로운 감정들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안방 아줌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여의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25
이승기에게 배우로서 전환점이 됐던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가 방영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그런데 그 사이 이승기의 아우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당시엔 연기에 자신감이 붙으니까 내가 이만큼 잘했다고 티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말에 겸손이 묻어났다. "작가님이 대본에 공간을 비워둔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어요. 틀에 가두지 않고 상상할 수 있게 열어주시는 거죠. 그만큼 배우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특히 이순신과 최강치 독대 장면이 그랬어요. 지문의 디렉션은 없었지만 이순신 역의 유동근 선생님과 연기하면서 내 안에 없던 감정이 이끌려나오는 걸 느꼈어요. 연기의 희열이 정말 컸죠." 이승기는 유동근을 만난 뒤 작품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했다. 유동근은 그에게 멘토 이상의 존재였다. 유동근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에겐 연기의 지침이 됐다. 그래서 앞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내면을 건드려주는 누군가와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는 그 누군가를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첫 출연작인 '소문난 칠공주'를 지금 만났더라면 아마도 '선생님'들의 고마움을 더 크게 느꼈을 거라고도 했다.

그리고 이승기는 선배들로부터 배운 대로 후배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동안 연상의 선배들과 연기했던 그에게 수지는 처음 만난 연하의 후배 파트너였다. "수지 씨의 장점은 유연성과 흡수력이 좋다는 거예요.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내가 맞춰주는 편이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감정 컨트롤을 스스로 잘 하니까요. 함께 연기하면서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니까 파트너로서 무척 뿌듯했어요." 다소 수위가 높았던 첫번째 키스신에 대해선 "오랜만에 포털 사이트 3사의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면서 "수지 씨의 남성팬들이 무서워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승기 성황리에 종영을 마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열연을 펼친 이승기는 반인반수'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무결점 연기를 통해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특히, 이승기는 극중 거침없는 카리스마, 감정 연기, 능수능란한 액션연기를 비롯해 탄생의 아픔을 가진 애처로움까지 다채로운 감정들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안방 아줌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여의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25
최강치와 담여울처럼 이승기에게도 애틋한 사랑의 추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훅 찔러넣은 질문에 움찔하던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뗐다.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스쳐가기도 했지만 횟수가 많지는 않아요. 늘 활동을 하는 중이니까 자주 보지 못했죠. 제겐 그게 당연한데 또래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매일 만나고 매일 싸운다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깊은 연애를 못해봤어요. 이게 제 인생에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숨가쁘게 드라마를 끝낸 다음날 이승기는 학교로 갔다. 드라마 촬영 중에도 대학원 수업에 참여했지만 아직 정리 못한 과제들이 있어서다. 곧 시작될 아시아 투어 팬미팅도 준비해야 하고, 10월엔 일본에서, 12월엔 한국에서 콘서트를 연다. 음반 발표 계획은 아직 없다. "5.5집이 너무 잘돼서 오히려 주저하게 된다"고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후에는 현역으로 군대에도 입대해야 한다. 바쁜 스케줄을 얘기하는 동안에도 이승기는 연기에 대한 또 다른 욕심을 내비쳤다. "제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봉준호 감독이나 송강호 선배님, 김윤석 선배님과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에 대해서도 배우고 대가들이 보는 시야에서 원포인트 코치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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