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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효과'도 없었다. 또 최하위 굴욕이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1박2일'엔 소녀시대의 윤아가 출연했다. 방송 전부터 출연 사실만으로도 화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11.8%(닐슨 코리아)의 시청률. 지난주 방송분에 비해 0.8% 상승한 수치지만.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MBC '진짜 사나이'(12.2%)와 SBS '런닝맨'(13.7%)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런닝맨'의 시청률이 지난주(17.0%)에 비해 대폭 하락하면서 '1박2일'과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다. 일요 예능을 호령하던 '1박2일'의 계속된 부진. 이유가 뭘까?
그런데 '1박2일'은 이 '한방'이 없어진 느낌을 준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너무 착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1박2일'은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통해 재미를 줬다. 하나라도 덜 주려는 제작진과 하나라도 더 받으려는 출연진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1박2일'은 이런 긴장감이 없다. 너무 쉽게 흘러간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억지를 부리는 강호동이나 번뜩이는 재치로 제작진을 속여넘기려는 은지원과 같은 출연진이 없다.
메인 MC의 부재
여기에 '차세대 MC'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승기까지 동반 하차하면서 '1박2일'은 동력을 잃었다. 이수근이 메인 MC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수근의 짐을 덜어줄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또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세를 떨쳤던 나영석 PD까지 빠졌다. 연출 능력을 떠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던 나 PD가 나오고, 안 나오고는 보는 입장에서 차이가 크다.
캐릭터가 살아야 프로그램도 사는데...
'1박2일'은 출연진 개개인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승부욕 강하고 먹성이 좋은데다가 우기기를 잘하는 강호동, 스마트하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허당' 이승기. '초딩' 은지원, '국민 일꾼' 이수근, '어리바리' 김종민 등이 조화를 이뤄 큰 웃음을 줬다.
물론 현재 '1박2일'의 출연진도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불운의 아이콘' 차태현, '성충이' 성시경과 같은 캐릭터가 있다.
그러나 출연진간의 캐릭터가 겹치고, 예전 만큼 톡톡 튀는 맛이 덜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해진, 엄태웅, 주원 등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 세 명이나 출연하는데다가 이 세 명이 모두 같은 기획사 소속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캐릭터가 부족하다면 스토리라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잘 안된다. 반복되는 패턴 탓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낀다는 것.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전국 방방곡곡의 제대로 된 여행 정보는 주지 못하고, 장소를 옮겨 매주 게임만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