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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연우진 강제키스, 순수남은 왜 욕정남 됐나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5-09 09:30 | 최종수정 2013-05-09 09:54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11회에선 두 번의 키스신이 등장한다. 한태상(송승헌)과 서미도(신세경)의 키스와 이재희(연우진)와 서미도의 키스였다. 같은 키스, 완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단 상황자체가 틀리다. 한태상과 서미도의 키스는 '준비된' 키스였다.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고자 유명 공연기획사에 취직한 서미도는, 회사에서 제안한 2년간 런던 근무를 놓고 남친 한태상과 갈등을 빚었다. 올해 안에 서미도와의 결혼을 꿈꾸던 한태상으로선, 갑작스럽게 2년간의 해외출장을 말하는 그녀에게 당황하고 실망했을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단 직원으로 사서 고생을 자처하려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서미도는 단호하고 완강했다. 2년을 기다려줄 수 없다면, 헤어지자는 강수를 두었다. 엇갈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두 사람의 신뢰를 급격히 무너졌으며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서미도앞에서 강한 척 하고 돌아선 한태상은, 결국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서미도 또한 자신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한태상이 야속해 눈물을 쏟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조차 '강제'로 어쩔 수 없는 것.

하지만 서미도를 너무 사랑하기에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한태상은, 결국 그녀의 런던행을 허락한다. 대신 2년 뒤에 결혼하자는 프로포즈와 함께, 자신이 지금 건네는 반지를 꼭 끼고 와달라는 부탁을 하며. 서미도는 감격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준 한태상에게 '이 남자다.'라는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키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태상과 서미도의 키스는 서로간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키스였다.


반면 이재희와 서미도의 키스는 '준비가 안 된' 키스였다.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그것도 이재희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 강제성을 띤 키스였다. 서미도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럼에도 이재희의 강제키스는 폭풍처럼 몰아쳤다. 때문에 두 사람은 와인을 들고 현장을 찾은 한태상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미도의 방에서 나오는 이재희를 발견한 한태상에게, 결국 두 사람을, 특히 서미도를 오해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이재희가 왜 그랬을까. 그 착하고 순수한 남자가 욕정남으로 돌변해 강제키스를 퍼붓다니. 서미도가 완강히 거부하는. 그것도 한태상사장이 옆방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셈이 정확한 그가 무모하고 충동적인 강제키스를 했으니,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서미도의 꿈을 순수하게 지지하고 도와주고 격려하던 착한남자에서, 서미도란 여자에게 불순하게 일방적인 키스를 퍼붓고 판을 키운 나쁜남자가 돼버렸다. 그의 강제키스를 단순히 충동적으로만 볼 수 없었다.


드라마 '남사' 11회 방송에서 이재희는 뭔가 급해보였다. 마치 버스 막차를 향해 달리듯이, 저 버스 못타면 집에 못간다는 느낌이랄까. 이전에 이재희에게서 볼 수 없었던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 시작은 서미도의 차가움이었다. 런던행을 결심한 서미도에게 이재희는 친구로서 김치 싸가도 돼냐고 물었다. 서미도는 냉정하게 거부했다. 글로벌시대에 김치는 어느 곳에나 있을 것이며, 괜히 비싼 비행기표 날려가며 수작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한마디로 '당신의 꿈코치는 끝났어요.'

그만큼 서미도는 한태상의 사랑에 확신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믿고 2년간 런던행을 허락한 남자다. 게다가 한태상은 서미도를 위해, 회사에 반드시 필요했던 사업파트너 백성주(채정안)와의 관계마저 끊지 않았던가. 서미도도 자각하고 있었다. 한태상이 백성주를 곁에 두지 않는 이상, 자신도 이재희를 곁에 두어선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이재희는 그런 서미도의 속내까진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그녀가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느낌만을 강하게 받았을 뿐.



그리고 기차안에서 한태상은 서미도에게 뽀뽀를 감행했다. 이재희가 보는 눈앞에서. 이어 한태상은 서미도와 연인관계임을 이재희에게 털어놨다. 이재희는 둘의 관계를 응원하듯이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엔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이재희가 한태상과 서미도가 사귀는 걸 몰랐던 건 아니다. 하지만 서미도가 자신에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서미도가 자신을 남자로서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믿었다. 이재희로선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통로를, 서미도가 은연중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가 막힌 꼴이다. 이제 이재희가 서미도에게 사랑을 품는 것도, 서미도가 자신에게 사랑을 품는 것도, 한태상에게 죄책감을 피부로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서미도가 자신에게 이전보다 더 냉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판단이 이재희의 적극성을 부르는 동시에, 이 시기를 놓치면 서미도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그의 두려움이 강제키스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재희의 오판이고 실수였다. 괌에서 돌아온 이후, 서미도는 이재희에게 우정이상의 감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서미도가 그에게 느끼는 우정이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은 한태상때문이 아니라, 이재희라는 남자가 좋아서일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재희는 '한태상'을 염두하고 서미도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때문에 이재희답지 않은 충동적인 강제키스도 불사했고, 서미도와의 신뢰뿐 아니라 한태상과의 신뢰도 무너졌다.

드라마 '남사' 11회 속, 한태상-서미도의 키스가 관계의 '신뢰'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키스였다면, 이재희-서미도의 키스는 그동안의 신뢰를 무너뜨린 관계의 '파괴'를 부른 키스였다. 치정멜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오해는 증폭되고 신뢰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캐릭터는 변한다. 한태상-서미도-이재희가 어떻게 변할까. 제목이 '남자가 사랑할때'인 만큼, 특히 한태상-이재희가 사랑때문에 어떻게, 얼마나 파격적으로 변하게 될 지 흥미로운 국면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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