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아이유의 '명랑소녀 성공기', 왜 돌을 맞을까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03-13 15:19 | 최종수정 2013-03-15 09:12


사진=KBS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시청자 게시판이 떠들썩하다. 드라마의 제목과 일부 대사, 극 중 인물의 이름이 민족 영웅 이순신 장군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13일엔 애국국민운동대연합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드라마의 종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기스타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왜 돌을 맞게 됐을까?

문제 제기한 청년연합 DN은 어떤 단체?

'최고다 이순신'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글로벌 청년연합 디엔(DN)이란 단체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최고다 이순신'의 제목, 주인공 이름 사용금지 및 방영금지와 저작물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DN 측은 "여주인공 이름으로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고 그 캐릭터를 '루저'의 이미지로 그려내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또 극 중 이순신(아이유)을 향한 "이순신이 본명이냐. 본명이면 독도나 지키는 것이 어떠냐", "이 100원짜리야"라는 대사도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DN엔 한국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이 소속돼 있다. 이 단체의 대표는 30대 여성 고희정씨. 대중에게도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지난해엔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가한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를 명예 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가수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선 "서울시가 최근 싸이 공연을 위해 무명 예술인들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서울중앙지검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고씨는 이런 주장을 한지 하루만에 "제가 하는 역사나 복지 관련 활동도 모두 중단하고 당분간 조용히 제 개인적인 일만 하며 살도록 하겠다"며 싸이와 박원순 시장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철회했다.

KBS 측 "제목 변경 계획 없다"

KBS 측으로선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최고다 이순신'은 전형적인 캔디형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다. 주인공 이순신은 명랑하고 씩씩하지만, 가진 것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는 그런 인물이 성장해가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말하자면 아이유의 '명랑소녀 성공기'다. '최고다 이순신' 측은 주인공이 강한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이순신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위인 이순신 장군과 이름이 같다는 점에서 극 중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논란이 불거진 뒤 KBS 측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판단의 근거도 부족한 억측이다. 일일이 대응할 생각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주인공의 이름이나 제목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연예관계자는 "드라마는 픽션일 뿐이다. '최고다 이순신'의 경우 사람들이 지나치게 경직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
하지만 KBS 측이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듯하다. 지금까지 실존 인물의 이름을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 경우는 많았다. 이순신 장군의 명언으로 알려진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패러디됐다. 유독 이번 경우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다 이순신'의 제작진이 좀 더 조심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민족 영웅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것. 드라마 포스터에서 주인공인 아이유와 조정석이 100원짜리를 밟고 서 있는 모습 등 드라마 전개상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나 대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을 모욕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의 여지를 남길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KBS는 공영방송이란 점에서 더 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DN 측은 "공영방송 KBS에서 전파시키는 이순신 이미지 재창조가 굉장히 심각하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학생들에게 이순신은 아이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고다 이순신'이 방송 초기의 예상치 못한 논란을 털어내고 순항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방송된 1회는 22.2%, 10일 방송된 2회는 24.3%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