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사랑했나봐' 황동주 "'찌질남'이라 욕 먹어도 기쁜 이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1-30 10:45 | 최종수정 2013-02-03 10:58


배우 황동주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데뷔한 황동주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가짜 귀남이 역을 맡으며 자신의 얼굴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최근에는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의 주현도 역에 캐스팅 됐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1.24/

아침드라마에 꼭 빠지지 않는 치정과 복수. 그 중심에는 비난의 집중 포화를 맞는 남자주인공이 있기 마련. MBC '사랑했나봐'에서는 황동주가 바로 그 남자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딱 '훈남' 스타일인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밉상'에 '찌질남'으로 돌변한다. 요즘 시청자들에게 된통 욕을 먹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너무나 행복하다"는 그다.

'사랑했나봐'가 아니어도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가짜 방귀남'이라고 하면 단박에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처럼 연달아 떠오르는 작품들. KBS1 '근초고왕', SBS '당돌한 여자', KBS2 '순옥이' 등등. 데뷔작인 2001년 어린이 드라마 '요정 컴미'에선 장근석의 선생님으로 2년간 출연했다. '요정 컴미'에 열광했던 장근석 또래의 20대라면 황동주가 꽤 반가울 것 같다. "1년 반쯤 전에 근석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옛날에 촬영 끝나고 가끔씩 제가 집에 데려다줬던 기억이 났다면서요. 보고 싶어서 수소문으로 연락했다고 하는데 제가 더 고맙더라고요."

지금은 '옛 제자'가 찾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2007년 '순옥이'를 마친 이후에 3년의 공백을 가졌다. 오해와 악재와 불운이 겹친 탓이다.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에 탐나는 역할이 있어도 아침드라마에서의 이미지가 캐스팅에 걸림돌이 되곤 했다. 그래서 그 이미지를 벗어보려고 했던 것이 '황동주는 이제 아침드라마에 출연 안 한다'는 오해를 낳았고 때마침 당시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해명의 기회마저 놓쳤다. 뜻하지 않게 휴식기를 갖다 보니 작품 제안은 줄었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태국 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저에겐 약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을 쉬지 않고 했기 때문에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었죠. 이젠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바뀌었어요.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면 반드시 기회가 오더라'는 말, 제가 경험했기 때문에 이젠 진짜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배우 황동주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데뷔한 황동주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가짜 귀남이 역을 맡으며 자신의 얼굴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최근에는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의 주현도 역에 캐스팅 됐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1.24/
제자리로 돌아온 황동주는 작은 역할부터 시작했다. '가짜 방귀남'도 그렇게 만났다. 사실 첫 악역이었는데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황동주를 악역 전문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원래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가족 앞에서 진짜 행세를 하는 사기꾼으로 몇 회 분량만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이후 둘째 며느리 나영희를 협박하는 설정으로 또 등장했다. "함께 연기한 선배님들과 스태프에게 작별 인사까지 다 했는데 나중에 또 제가 등장하는 거예요. 원래는 없던 내용인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거였죠.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유일한 악역이에요."

황동주는 '사랑했나봐'에서 연기의 한을 풀고 있다. 바람난 여자 때문에 아내를 버린 '주현도' 캐릭터는 황동주 때문에 나쁜 남자가 아닌 '찌질한' 남자가 됐다. 멋있어 보이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 제대로 망가져보겠다고 날을 갈았다. 대본을 파고들면서 자신을 들볶았다. 몸무게도 7kg이 쑥 빠졌다. 액션신을 찍다가 어깨근육도 파열되고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하든 후회는 남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후회하지 않는 게 목표예요. 매일 방송을 모니터하는데 아직까지는 80% 정도 만족합니다. 가끔 흡족한 웃음을 지을 때도 있고요. 하하."

현재 시청률 15% 안팎인 '사랑했나봐'는 MBC의 효자 드라마 중 하나다. 그래도 아침드라마의 숙명인 '막장 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그의 항변을 들어보자. "저희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드라마보다 더 무섭고 기가 막힌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무엇보다도 대본이 정말 재밌어서 막장이란 말은 신경 안 써요. 앞으로도 '찌질남' 주현도에게 욕 많이 해주세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