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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에 꼭 빠지지 않는 치정과 복수. 그 중심에는 비난의 집중 포화를 맞는 남자주인공이 있기 마련. MBC '사랑했나봐'에서는 황동주가 바로 그 남자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딱 '훈남' 스타일인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밉상'에 '찌질남'으로 돌변한다. 요즘 시청자들에게 된통 욕을 먹고 있으면서도 "그래서 너무나 행복하다"는 그다.
'사랑했나봐'가 아니어도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가짜 방귀남'이라고 하면 단박에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처럼 연달아 떠오르는 작품들. KBS1 '근초고왕', SBS '당돌한 여자', KBS2 '순옥이' 등등. 데뷔작인 2001년 어린이 드라마 '요정 컴미'에선 장근석의 선생님으로 2년간 출연했다. '요정 컴미'에 열광했던 장근석 또래의 20대라면 황동주가 꽤 반가울 것 같다. "1년 반쯤 전에 근석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옛날에 촬영 끝나고 가끔씩 제가 집에 데려다줬던 기억이 났다면서요. 보고 싶어서 수소문으로 연락했다고 하는데 제가 더 고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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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주는 '사랑했나봐'에서 연기의 한을 풀고 있다. 바람난 여자 때문에 아내를 버린 '주현도' 캐릭터는 황동주 때문에 나쁜 남자가 아닌 '찌질한' 남자가 됐다. 멋있어 보이는 것은 애시당초 포기. 제대로 망가져보겠다고 날을 갈았다. 대본을 파고들면서 자신을 들볶았다. 몸무게도 7kg이 쑥 빠졌다. 액션신을 찍다가 어깨근육도 파열되고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무슨 일을 하든 후회는 남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후회하지 않는 게 목표예요. 매일 방송을 모니터하는데 아직까지는 80% 정도 만족합니다. 가끔 흡족한 웃음을 지을 때도 있고요. 하하."
현재 시청률 15% 안팎인 '사랑했나봐'는 MBC의 효자 드라마 중 하나다. 그래도 아침드라마의 숙명인 '막장 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그의 항변을 들어보자. "저희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드라마보다 더 무섭고 기가 막힌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무엇보다도 대본이 정말 재밌어서 막장이란 말은 신경 안 써요. 앞으로도 '찌질남' 주현도에게 욕 많이 해주세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