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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비행장 활주로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발동이 걸려 달리기 시작했네요. 이제 최고 속력을 내 앞바퀴를 든 상태인데 글쎄요, 뒷바퀴까지 잘 들릴까 모르겠네요. 최선을 다해야죠."
그가 지난해 3월 평일 '8시 뉴스' 진행을 시작한 뒤 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더불어 컨텐츠 경쟁력도 더욱 인정받는 분위기다. 효과적인 뉴스 전달을 위해 SBS가 지난해 초 40억 원을 들여 '8시 뉴스' 스튜디오를 새롭게 꾸미고 카메라 워킹과 방송 아이템, 코멘트 등에 변화를 주는 노력 끝에 이룬 성과다.
그런 가운데 평소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호감을 얻고 있는 김 앵커가 촌철살인의 클로징 코멘트로 연일 '어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동차 부품업체 'SJM 폭력 사태'와 관련한 대담하고 직설적인 클로징 코멘트로 그는 '개념 앵커'라는 별칭을 듣기도 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용역업체 폭력 사태 발언 후 트위터 팔로워가 2000명이나 늘어 아침마다 '맞팔' 버튼을 누르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주위의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클로징 코멘트를 직접 작성해야 하는 그로선 적잖이 부담도 느낀다. 인상적인 클로징 코멘트로 유명세를 떨친 앵커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거나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예를 떠올리며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의미를 짚어주자는 것과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그동안 다소 소홀했다고 볼 수 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친구가 돼줄 수 있는 뉴스를 선보이자는 두 가지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며 "SBS 뉴스가 앞으로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클로징 코멘트와 관련해선 "'쇼는 하지 말자'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풍자는 충분히 할 수 있으되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아프다는 느낌을 넘어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요즘엔 매주 목요일 저녁 뉴스가 끝나면 너무 행복해요. 클로징 코멘트를 평일 중 하루는 여성 앵커가 맡기로 했는데 그날이 금요일이에요.(웃음)"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