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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진부하고 틀에 박힌 표현이나 장면을 클리셰라 한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고, 함께 스파게티를 먹다 면 하나를 나눠 문 채 남녀 주인공이 눈이 맞는 따위의 장면이 모두 클리셰다. 클리셰를 적당히 쓰면 효과적이다. 스토리를 쉽게 풀어나가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지나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뻔한 장면이 반복되면 드라마는 자연스레 긴장감을 잃는다.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란 공통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갑작스레 가까워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버지와의 갈등 후 눈물을 흘리던 황지안이 "아버지가 호적에서 내 이름을 파내려 했다"는 박태강의 말에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도 어색하다.
또 황지안이 이렇게 쉽게 동질감을 느끼기엔 박태강이 너무 어리다. 극 중 황지안은 30대 중후반, 박태강은 20대 중후반으로 설정돼 있다. 사실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차 많은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충분히 다뤄질 수 있는 소재다.
그나마 '아이두 아이두'의 첫회가 그럭저럭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로코퀸' 김선아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 '시티홀' 등의 드라마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그런 김선아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술에 취한 채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에선 '왜 김선아인가'를 느끼게 해줬다.
이제 첫회가 전파를 탔을 뿐이다.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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