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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영화 '은교'를 통해 본 '합당한 성기노출'이란?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4-22 17:42



이 영화 때문에 요즘 충무로가 떠들썩하다. 70세 노시인과 17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 '은교'.

소재부터 파격적이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70세 노인이 17세 소녀에게 욕정을 느낀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영화 속 서지우(김무열)처럼 "그건 사랑이 아니라 더러운 스캔들"이라며 분노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주연 배우들의 노출 수위는 상상 이상이다. 성기와 체모가 노출된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박해일과 김고은이란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박해일은 깔끔한 이미지가 인상적인 배우고, 김고은은 스물한 살의 신예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따위의 문제가 제기될 법도 하다. 불과 한 달여 전 영화계는 영화 '줄탁동시'에 내려진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고 후끈 달아올랐다. 영화인들은 '박하사탕', 'REC', '박쥐' 등을 예로 들며 "왜 이 영화는 심의가 통과되고 저 영화는 제한상영가를 받는 일관성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똑같이 성기가 노출된 영화인데 왜 다른 판정을 내리냐는 것.

여기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내놓은 대답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줄탁동시'는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성적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단순히 성기노출만을 문제로 등급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쥐'의 경우, "성관계 도중 성기 노출이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장면이라 별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등위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가 아니라는 가정하에 영화의 맥락상 꼭 필요한 장면인가 아닌가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제한상영가 등급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등위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다. 수학 문제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일이 아니다. 1부터 50까지는 괜찮지만, 51이 되는 순간부터 안 된다는 식으로 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영등위의 심의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다.

하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대략 짐작할 수는 있다. 성기노출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다.


그런 점에서 '은교'는 성공한 케이스다.

표면상으로는 17세 소녀에 대한 70세 노인의 욕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소녀가 아니라 젊음에 대한 욕망을 그린 영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열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70세 노인의 경우, 가지고 싶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젊음이다. 또 젊음과 늙음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육체의 변화다.

'은교'의 성기노출은 흥행을 위한 저급한 꼼수가 아니라 젊음이나 늙음에 대한 중요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헤아리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파격적인 노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의 말에서도 젊음과 나이 먹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영화를 찍으면서 특수분장으로 노인과 청년을 오가는 박해일의 모습을 통해 청년 시절이 순식간에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청춘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으면 좋겠고, 어르신들의 내면에도 청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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