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야구는 나날이 인기, 야구영화는 줄줄이 부진,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1-30 16:41


영화 '투혼' '글러브' '퍼펙트 게임'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2011년 프로야구는 681만 관중을 동원하며,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600만 관중 돌파라는 대기록과 함께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야구 전성시대'다. 하지만 야구가 스크린으로 옮겨오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프로야구 열기에 힘입어 올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야구영화 두 편 '글러브'와 '투혼'은 참패를 면치 못하고 씁쓸하게 물러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또 한번 과거의 전철을 밟았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야구영화는 여전히 부진했다. 야구 인기에 맞물려 올해 야구영화가 유독 많이 제작된 탓에 이 같은 상황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또 한편의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이 마운드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영화팬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번만큼은 관객동원에 성공하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야구는 흥행, 영화는 참패

충무로의 '흥행 마술사' 강우석 감독마저도 야구영화에선 쓴맛을 봤다. 청각장애 선수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1승 도전 실화를 뭉클하게 그린 '글러브'는 올해 1월 개봉해 전국관객 189만명을 동원했다. 숫자 자체는 적지 않지만, '리틀 실미도'를 방불케 하는 훈련장면과 수화까지 소화한 어린 배우들의 열연, 실화가 가진 파급력, 그리고 '강우석'이란 브랜드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10월에 개봉한 '투혼'은 더욱 참담히 깨졌다. 상업영화임에도 전국관객수가 21만명이다. 고물투수가 돼 버린 왕년의 슈퍼스타 투수가 아내의 시한부 생명 판정을 알고 다시 마운드에 서서 퍼펙트 게임을 향해 달려간다는 내용의 다소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크게 호평했다.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정도로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앞서 개봉했던 다른 야구영화들도 제작에 들어간 노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슈퍼스타 감사용' '스카우트' 'YMCA 야구단' 등 야구를 소재로 감동과 웃음을 버무린 영화들이 많았지만, 손에 꼽힐 만한 흥행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야구영화 흥행 참패' 속설이 만들어진다 해도 억울할 게 없을 정도다.

왜 야구영화만 유독 실패할까?

야구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지만, 규칙이 가장 복잡한 스포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경기의 맥을 짚어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험'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때문에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야구영화를 즐기기란 쉽지가 않다. 다른 메이저 스포츠에 비해 정적인 편이라 카메라 앵글에 잡혔을 때 박진감이나 현장감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영화의 관객들이 야구를 알건 모르건, 야구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핸디캡을 안고 있는 셈이다.


20~30대 여성이 영화의 주관객층을 이루는 현실도 야구영화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프로야구의 여성관객이 대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에 비해서'일 뿐 여전히 야구장은 남성관객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영화팬과 야구팬의 교집합 부분이 아직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뜻이다.

야구영화에 출연했던 한 배우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도록 경기 장면이나 룰을 최대한 쉽게 그리려고 한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만큼 어려움은 못 느낄 것"이라면서도 "야구영화는 절대적으로 남자들의 로망에 기반한다. 여성 관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진 야구팬들에게는 야구영화의 리얼리티도 성에 차지 않는다. 각종 변화구, 공이 그리는 포물선의 궤적, 투구폼, 스윙폼, 야구 장비 등 디테일을 따지다보면 끝도 없다. '글러브'의 강우석 감독은 경기 장면에서 관중석을 일부러 비워둬 실제 고교야구 현실을 반영하고, 실제로는 보기 드문 왼손포수 설정을 통해 청각장애 선수들의 핸디캡을 표현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눈을 충족시키진 못했다.

반면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킹콩을 들다' 등 비인기 스포츠를 다룬 영화는 크게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역경과 고난이 전제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 자체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야구는 '부유한 종목'이라는 인상 탓에 역경도 덜하고 감동도 덜하다.

'퍼펙트 게임'은 어떨까?

'퍼펙트 게임'은 프로야구 불세출의 투수,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과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이 주인공이다. 인물와 사건 자체가 워낙 전설적인데다, 얼마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동원 전 감독으로 인해 영화 외적인 이슈도 있다. 두 사람은 세번의 맞대결을 펼쳐 1승1무1패로 동률을 기록했는데, 그중 마지막인 1987년 5월 16일의 명승부가 영화에 담겼다. 영화 제작진은 이들이 왜 그날의 맞대결을 벌여야 했는지 그 과정에 집중하는 한편 시대적 배경도 녹여내 진정성 있는 스포츠영화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선동열 역의 양동근과 최동원 역의 조승우는 크랭크인 두 달 전부터 국가대표 출신 코치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촬영 중에도 투구폼을 교정 받는 등 남다른 고생을 했다. 겉모습도 비슷하게 하기 위해 양동근은 15kg 가까이 살을 찌웠다. 두 선수의 구질과 독특한 투구폼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의 영상도 참고했다. 고 최동원 감독은 생전에 "완전히 똑같이 따라하려고 하면 다치기 쉬우니 조심하길 바란다"고 배우들에게 당부하는 등 영화 진행에 적극적인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봉 전 분위기는 앞선 야구영화들보다는 좋은 편이다. 야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승부. 그래서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프로야구가 막을 내린 자리를 '퍼펙트 게임'이 대신할 수 있을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영화 '퍼펙트 게임'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