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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리뷰] '완득이', 냉소적인 청춘을 토닥여주는 따뜻함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5:54


'완득이'의 유아인(왼쪽)과 김윤석. 사진제공=퍼스트룩

"살아보니 세상이 다 대학이더라."

영화 '완득이'에서 막말하는 담임 선생님 동주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은 교실의 고 2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너희가 갈 대학은 다 정해져 있다"는 독설(?) 뒤에 딸려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완득이'는 불우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일과 마음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유쾌하게 다뤘다. 그 과정에는 주인공 완득이(유아인)가 '똥주'라고 부르는 동주선생이 있다. '이 시대의 멘토'로 영화 홍보문구에 등장하는 동주는 사실 일반적인 멘토와는 거리가 멀다. 완득이를 몽둥이로 구타하기도 하고, 자습 시간에 본인이 잠든다. 또 "어차피 갈 대학은 다 정해져 있다, 안 될 애들은 지금부터 해도 안 된다" "S대 간 애들은 머리는 좋지만 싸가지가 없다"는 등의 위험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완득이에게는 왜소증 아버지, 17년간 본 적이 없는 필리핀인 어머니, 다소 모자란 삼촌이 있다.

영화는 자기 연민과 분노에 빠진 완득이가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행복한지를 차곡차곡 그려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음 코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고, 흔치 않은 인물 설정이 많아 흥미롭다. 완득이의 전교 1등 여자친구와 나서기 좋아하는 반 친구 등은 다소 전형적이지만 봐줄 만하다. 중심이 되는 사건 하나를 다루지 않고 완득이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시간순으로 그려내는 방법을 택한 것은 현명해 보인다. 딱히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코미디와 로맨스, 드라마가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옆집 아저씨로 등장하는 명품 조연 김상호가 초반부터 독보적인 코믹 연기로 관객의 호감을 이끌어내고, 싸움에 능한 완득이가 틈틈이 선보이는 액션과 킥복싱 장면도 실감난다. 양념처럼 들어간 러브라인도 원작에는 없지만 과하지 않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독설을 가장한 따뜻함이다. 그 따뜻함이 코미디와 잘 어우러진다. '인생이 불쌍해' 냉소에 빠진 청춘에게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괜찮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따뜻함이 전해진다. 물론 완득이보다 더 처절한 상황에 놓인 청춘도 많을 것이고, 완득이를 둘러싼 세상은 이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따뜻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냉소적 시선에

"살아보니 세상이 다 대학이더라"라며 "불쌍해질 여유가 어디 있냐?"고 버럭 화를 내는 동주선생의 메시지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10월 20일 개봉된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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