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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가 남긴 것, 변종 '로코'의 가능성?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1-09-29 10:52 | 최종수정 2011-09-29 10:52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가 29일 18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보스'는 방송 초반 '다크호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비친 배우 박영규는 '신드롬'이라고 불릴만큼 인기를 모으며 '보스'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 공식 파괴

'보스'는 기존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비틀어 인기를 모았다. 남자 주인공 차지헌(지성)은 기존 재벌2세와 차원이 다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2세들은 대부분 도도하고 차가우며 까칠하다. "내 뺨을 때린 여자는 너 밖에 없었어"라는 멘트를 입에 달고 살 정도다. 하지만 차지헌은 한마디로 '찌질'하다. 늘 뒤쳐져 있고 소심하며 철없고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있다. 차라리 차무원(김재중)이 더 기존 재벌2세에 가깝다.

노은설(최강희)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캔디'나 '신데렐라'가 아니라 고교 때 '일진'이었던 과격한 행동주의자다. 차회장은 한술 더 떠 코믹하기하다. "내가 대한민국 10대 기업 오너 중에 제일 잘 생겼고 싸움도 제일 잘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자존감을 가진 재벌이다. 대놓고 족벌 경영을 원하고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기존 재벌들처럼 음흉한 구석을 찾기 힘들고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다.

섹시하면서 도도할 것 같았던 서나윤(왕지혜)도 뚜껑을 열고보니 어딘가 한군데는 나사가 빠져있다. 다른 재벌녀들처럼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지만 노은설에게 항상 당하는 '허당녀'다. 차무원(김재중) 역시 기존 재벌2세 같지만 차지헌과 티격태격할 때는 어린 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보스'는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가 돼버렸다. '보스'는 '로맨틱코미디'라고 말하기 보다는 '캐릭터코미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보스를 지켜라' 출연진. 사진제공=SBS
캐릭터 빼곤 할 이야기 없다?

반면 캐릭터의 힘만으로 이끌어가기에 뒷심이 부족한 것은 '보스'의 약점으로 꼽힌다. '보스'는 지난 달 중순 17.8%(이하 AGB닐슨)의 시청률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종영을 앞둔 지난 28일에는 12.9%까지 떨어졌다. 20%를 눈앞에 뒀던 지난 달과 비교했을 때 낙차가 예상 밖이다.


이같은 하락세는 캐릭터의 독특함에 비해 풀어낼 스토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지헌과 차무원의 후계자 대결만으로 18부를 다 이끌어가기 힘들고 특별한 '악녀'도 없기 때문에 '막장'식 스토리로 가기도 어색한 부분이 많다. 이같은 약점이 기대감 하락으로 이어지며 시청률로 반영된 것.

이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보스를 지켜라'가 마지막까지 시청률을 지키기 위해선 4명의 구도 안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시도가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마지막회를 남겨둔 '보스'가 드라마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티헌터'와 '뿌리깊은 나무'의 사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송 전과 비교해 '보스'의 선전은 눈에 띄는 성과다. 하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로 인해 드라마 작가들의 고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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