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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디아블로3', 아이템 거래라는 '판도라의 상자' 열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25 12:23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지난 22일 '디아블로3' 관련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블리자드

온라인 게임의 해묵은 과제인 아이템 거래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또 다시 꿈틀대고 있다.

블리자드가 액션 역할수행게임인 '디아블로3'에 대한 국내 서비스를 내년 초 시작하면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이템 거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경우에는 각종 문제의 근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만연한 현실이라면 이 기회에 근본적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이템 거래, 법과 현실의 괴리

아이템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리니지'나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의 경우 게이머들은 게임 내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어서, 아이템 획득은 마치 현실 속에서 집이나 자동차, 살림살이 등을 장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국내 현행법에선 아이템의 현금거래는 금지되고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주객 전도의 상황을 막고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며 선의의 게이머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그 목적.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크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템 거래사이트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 등지에선 아이템을 생성해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엘리트까지 동원돼 아이템 생성과 판매로 외화벌이를 하다 적발된 것도 바로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아이템 거래와 게임의 인기가 비례한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유저가 많은 게임일수록 당연히 아이템 거래가 활발하고, 이를 통해 유저가 계속 게임을 즐기는 일종의 시너지 효과가 존재하는 것. 어차피 상황이 이렇다면 게임내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끌어들여와 이를 양성화시키고,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관리하면서 부정적인 부분을 최소화시키자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게임사가 현금거래를 조장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판도라의 상자, 이번에 열릴까?

이런 와중에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의 게임 내에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97년 첫 선을 보인 '디아블로'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3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간 킬러 콘텐츠로, 이후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3번째 버전인 '디아블로3'는 출시 전부터 게임 외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지난 22일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템 습득과 활용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 요소이다. 아이템 거래를 외부에 의존하다 불법적인 거래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이제 게임 내로 가져와 유저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어차피 불법 아이템 거래가 또 다시 만연할 것이라면, 차라리 이를 게임 내에서 양성화시켜 아이템 거래사이트가 취하는 이득을 게임사와 유저가 함께 나눠가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선 블리자드에서 정식 심의신청을 하면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환전 및 환전 알선 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런 반응이다.

한편 한 온라인 게임사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아이템 거래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여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템 거래가 큰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다들 몸을 사린다"며 "게임이 '사회악'이 아닌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선 공론화 시켜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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