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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 차회장(박영규)의 자리 뒤에는 늘 '더존'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다. MBC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에서도 문신우(박윤재)와 오영심(신애라)이 일하는 홈쇼핑이 바로 GS숍이다. Mnet '슈퍼스타K 3'에서는 늘 "5, 4, 3, 2, 1" 뒤에 0(영)이 아닌 "제로(ZERO)"를 외친다. 이제 방송에서 간접광고(상품 및 브랜드 노출·Product Placement·이하 PPL)는 '만연'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 많아졌다. 특히 드라마는 PPL이 없으면 제작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 PPL이 많이 등장하자 관계자는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PPL이 몰입을 방해하나,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대세가 된 PPL,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관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주인공 한정원(김현주)이 준비한 인터넷 서점 이름은 '요술램프'였다.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PPL을 했기 때문에 이름을 살짝 바꾼 것. '알라딘'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해 극중 업체 이름을 '요술램프'로 정했다. '보스'를 협찬하고 있는 더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더존' 로고가 등장하는 장면을 캡처해 응모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쯤되니 PPL시장도 전쟁터라고 할만큼 치열한 상황이다. 광고 효과가 크다보니 경쟁도 과열되고 PPL대행사들의 행보가 바빠진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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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찬반 양론은 아직도 팽팽하다. 한쪽에서는 '극의 몰입에 방해된다'며 극렬하게 반대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제작비가 늘어나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마케팅을 진행했던 어치브그룹디엔 정승우 대표는 "'시크릿 가든' 속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 앞에서 물 속에 던진 필립스 청소기는 불티났다. 아웃도어브랜드 몽벨이나 리솜리조트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미 PPL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와있다"며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PPL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전혀 모르는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극을 더 현실과 가깝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극중 PPL을 극도로 꺼려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작가들 중에는 PPL에 대해 '알러지'가 있는 이들도 꽤 있다. 현재 드라마를 준비중인 한 제작PD는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상표와 업체를 극중에 녹여야 하는데 작가가 '극에 방해가 된다'며 PPL을 거부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케이블 예능에서 PPL이 마구 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끔찍하다. 공중파에서도 저렇게 될까 무섭다"고 성토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극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그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직 결론은 없다. 앞으로도 PPL에 대한 찬반 논란은 난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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