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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계백' 살인적인 스케줄, 이대로 안된다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15:54


배우 송지효

이대로는 안된다.

MBC 드라마 '계백'의 출연진이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계백'의 주연 배우 송지효는 피로누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입원 전 송지효는 경기도 용인에서 밤샘 촬영을 한 뒤 충남 부여에서 종일 촬영을 하고, 다시 충북 청주에서 한나절 동안 촬영을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촬영 현장에 복귀해야 했다. 17일 낮에 촬영장에 복귀한 송지효는 18일 새벽 5시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촬영 후 잠시 병원에서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또 촬영에 돌입해 19일 오전 9시까지 촬영을 했다.

이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측의 배려로 19일과 20일로 예정돼 있던 녹화를 취소하고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다시 21일 '계백' 촬영 현장에 투입됐다.

송지효는 대사량이 많은 탓에 촬영 중 잠시 쉬는 동안에도 대본 숙지에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측은 배우 보호 차원에서 스케줄을 조금 여유롭게 조정해줄 것을 제작진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스케줄 조정은 없었다.

'계백'에는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때문에 젊은 배우들은 빡빡한 스케줄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현장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선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다" "그 정도 고생하지 않고 찍는 드라마가 어디 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무리한 촬영 스케줄은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지치게 한다. 배우도 없고, 제작진도 없다면 드라마도 없다.

이미 연예계는 '한예슬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예슬은 지난달 열악한 드라마 제작 여건을 이유로 KBS2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촬영을 한때 거부해 논란에 휩싸였다. 제2, 제3의 한예슬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무리한 촬영 스케줄은 '계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당연시하는 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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