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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된다.
하지만 병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촬영 현장에 복귀해야 했다. 17일 낮에 촬영장에 복귀한 송지효는 18일 새벽 5시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촬영 후 잠시 병원에서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또 촬영에 돌입해 19일 오전 9시까지 촬영을 했다.
이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측의 배려로 19일과 20일로 예정돼 있던 녹화를 취소하고 휴식을 취한 송지효는 다시 21일 '계백' 촬영 현장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측은 배우 보호 차원에서 스케줄을 조금 여유롭게 조정해줄 것을 제작진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스케줄 조정은 없었다.
'계백'에는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때문에 젊은 배우들은 빡빡한 스케줄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현장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선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다" "그 정도 고생하지 않고 찍는 드라마가 어디 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무리한 촬영 스케줄은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지치게 한다. 배우도 없고, 제작진도 없다면 드라마도 없다.
이미 연예계는 '한예슬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예슬은 지난달 열악한 드라마 제작 여건을 이유로 KBS2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촬영을 한때 거부해 논란에 휩싸였다. 제2, 제3의 한예슬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무리한 촬영 스케줄은 '계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당연시하는 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