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이봉원의 개그야그] 보디랭귀지의 힘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09-20 10:44 | 최종수정 2011-09-20 10:43


[이봉원의 개그야그] 보디랭귀지의 힘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청명의 계절이자 여행의 계절이 다가왔다. 요즘은 국내여행도 좋지만 외국여행 인구가 상당히 늘었다. 늘 그렇듯이 외국에 갔다 오고 나면 절실히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필자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였다.

일본어가 거의 초급단계였는데 입국관리소에 가서 비자를 연장해야 했다. 학교에서 전철을 타고 가도 되지만 유학생 네 명이서 가기에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아 네 명의 전철비보다 택시비가 싸게 먹혀 택시를 탔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였다.일본에선 영어가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일본어로 입국관리소가 '뉴고꾸 간리교꾸'이지만 서툰 발음이라 운전기사에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다. 손짓 발짓 다 해보아도 허당. 결국 머리를 짜내어 가장 쉬운 영어로 골라 '비자! 비자!'를 외치니 이내 운전수는 알아들었는지 '아~ 비자!'하고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한참을 갔는데 결국 도착해서 내려준 곳은 바로….

'나폴리 피자'집이었다.


그러고는 운전수가 하는 얘기가 "자! 고꼬가(여기가) 비자데스…."

우리는 피자집에 내려서 전철을 다시 타고 입국관리소에 가야만 했다.

한 번은 일본어 숫자를 한 참 배울때 였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일본어도 일이삼사도 있지만 물건을 주문할 때는 하나 둘 셋 넷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어로 하나 둘까지 밖에 몰랐다는 것이었다. 일본어로 히도쯔, 후다쯔까지 밖에….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손님이 와 생맥주집에 가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총 네 명이었다. 숫자 둘은 후다쯔인데 넷이 욧츠라는 것을 전혀 모를 때였기에 대략난감이었다.

그러다가 순간 더하기가 생각이 났다. 종업원에게 "스미마셍, 비루(맥주) 후다쯔(둘) 후다쯔(둘)!" 두 번을 외쳤다. 그랬더니 종업원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생맥주 네 잔을 가지고 왔다. 외국어의 힘이 아니라 산수의 힘이 아주 크게 느껴졌다.

또 단어 한 끗 차이로 뜻이 완전히 다른 것이 상당히 많다. 일본어도 예외는 아니다. 유학시절 집에 쌀이 떨어졌다. 우리집 1층이 편의점이라 사러 갔다. 일본어로 쌀은 고메였다. 난 충분히 외우고 갔다.

그리고 종업원을 보자 자신있게 이야기 했다. "스미마셍, 고미 구다사이(주세요)" 고메가 아니라 고미라고 외쳤다. 일본어로 고미는 쓰레기이다.

종업원이 '벙 찐' 표정으로 쳐다 봤다.

웬 이상하게 생긴 놈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와서 느닷없이 자신에게 쓰레기를 달라고 하니…. 그리고는 이내 일본어로 물어봤다 "무슨 쓰레기?" 필자는 자신있게 먹는 표정까지 지어가며 "먹는 고미"라고 하자 더더욱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미가 아니라 고메라는 것을 깨닫고 아무 것도 못 사고 거길 뛰쳐나와 할 수 없이 라면을 끓여 먹어야만 했다.

일본어도 아닌데 괜히 일본어인 것처럼 들리는 우리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예전에 개그맨들이 단체로 일본에 촬영을 간 적이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 올 무렵 코미디언 선배가 멀미약이 떨어졌다고 약국에 가서 멀미약을 사야겠다고 했다. 필자가 본 그 선배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이었는데 과연 어떻게 살 지 궁금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멀미약 중에서 귀 밑에다 붙이는 테이프형 멀미약이 유행이었다. 그 선배는 자신있게 약국을 들어가더니 이렇게 외쳤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 밑을 가리키며 거의 일본어 발음 비스므리하게 "스미마셍, 끼 미 떼~~ 끼 미 떼~~!" 계속 외쳐댔고 약사는 그 선배의 귀만 계속 쳐다 볼 뿐이었다.

또 한 번 최양락씨가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였다.

물건을 다 고르고 종이 봉투에 넣어주는데 왠지 종이봉투가 새 것 같지 않고 낡아 보였다. 최양락씨는 새 봉투로 바꿔 달라며 아주 자신있게 "스미마셍, 디스 체인지! 히쭈구리! 히쭈구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이내 봉투를 바꾸어 주었다.

역시나 언어 중에 최고는 바디 랭귀지 인 것 같다. '위 아 더 월드'이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