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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무, '진에어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가을의 전설을 쓰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17 22:24


◇'진에어 스타리그 2011' 결승전에서 정명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허영무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국 e스포츠의 대명사인 스타리그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 등 3가지 종족이 있는데, 유독 가을에 열리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유독 프로토스 종족을 쓰는 선수들의 우승 횟수가 점차 쌓이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물론 역대 32번의 대회에서 테란 우승자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테란이 역대로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이영호 등 걸출한 전현직 스타 플레이어가 많았기 때문. 이 가운데 이윤열과 이영호는 스타리그 3회 우승을 차지했다. 저그도 박성준 이제동 등 3회 우승자를 2명이나 배출했다.

하지만 프로토스 플레이어 가운데선 역대로 김동수만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을 뿐 그 이상의 성적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자연히 스타크래프트팬들 사이에선 약자인 프로토스를 응원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7월부터 시작한 '진에어 스타리그 2011'(스포츠조선-온게임넷 공동 주최) 16강전에 진출한 16명의 선수 가운데 프로토스는 허영무 송병구(이상 삼성전자) 등 단 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송병구는 16강전에서 탈락하고, 허영무마저 조별리그에서 재경기까지 밀려났다. 3년전인 2008년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송병구가 우승한 이후 3년간 끊겼던 '가을의 전설'이 올해도 그냥 건너뛰는 듯 싶었다.

하지만 가을이 다가옴을 시샘하고 있는 늦여름의 이상 고온도 스타리그가 만들어가는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서 열린 '진에어 스타리그 2011' 결승전에서 허영무가 정명훈(SK텔레콤)을 세트 스코어 3대2로 물리치며 '가을의 전설'을 결국 완성시켰다. 김상욱(전 CJ)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와일드카드전을 통해 가까스로 스타리그 듀얼리그에 진출해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합류했고, 재경기까지 거쳐 8강행 막차를 타는 등 '잡초'처럼 결승까지 내달렸던 허영무의 우승이었기에 감동은 더욱 컸다. 최고의 무대까지 가까스로 올라온 허영무의 '질곡의 드라마'가 그대로 담긴 결승전이었다.


허영무는 1경기에 공중전 유닛인 캐리어로 정명훈의 압박을 끊어내며 비교적 쉽게 첫 승을 거뒀다. 2경기는 정명훈에게 내줬지만 3경기를 셔틀을 활용한 특유의 플레이로 잡아내며 우승컵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4경기에서 서로의 유닛을 모두 소모하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정명훈이 다시 승리, 결국 승부는 마지막 경기에서 가려지게 됐다.

역대 스타리그 최고의 대역전극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정명훈은 다수의 병력을 동원, 1경기처럼 캐리어로 공격을 풀어나가려던 허영무를 철저히 견제하며 승기를 잡은 것. 패색이 짙던 허영무는 여기서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로 정명훈의 병력을 조금씩 파괴하며 전세를 조금씩 뒤집었고, 마침내 드라마틱한 승부를 마감지으며 '가을의 전설'을 또 다시 완성시켰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디펜딩 챔피언' 정명훈은 2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허영무의 기세를 넘어서지 못하며 3번째 스타리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허영무는 이날 우승 상금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허영무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스타리그의 역사가 부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결승전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한때 너무 경기가 풀리지 않아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이를 노력으로 극복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너무 영광스럽다. 프로토스 선수 가운데 첫 3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다시 뛰겠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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