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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TV에서 사라진다. '강한' 예능의 종말이 도래하는 것일까.
지난 9일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강호동은 최근 불거진 탈세 혐의로 시민에 의해 고발되고, 온라인 상에서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을 겪어왔다. 이에 강호동은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을 제작진과 협의 후 순차적으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체육인 출신 강호동의 강한 리더십과 장기간 녹화도 아우를 수 있는 체력, 여기에 독한 질문도 서슴지 않는 담대한 마인드를 가진 MC가 마땅히 없다"며 "포스트 강호동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실 강호동은 유재석과 비교되며 강한 예능의 대표 주자로 활동했다. 강호동은 게스트들을 감싸안는 유재석과 달리, 특유의 경상도 남자 성격을 바탕으로 게스트들을 채근질하고 부추겼다. 덕분에 게스트들은 어디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장기를 발휘했고, 털어놓지 못했던 가슴 속 상처를 꺼내기도 했다. '고생 버라이어티'라 불리는 '1박 2일'에서 영하의 날씨에도 계곡 입수를 가장 먼저 할 정도의 열정은 제작진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강호동의 부재가 아쉬운 이유다.
사실 강호동보다 앞서 '강한' 성향을 보였던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과 '힐링캠프'를 통해 '유한' 예능인으로 돌아섰다. 김구라도 '라디오스타' 등을 통해 집단 MC 체제의 토크쇼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강호동처럼 1인 MC로서의 장악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강라인'으로 손꼽히는 이수근과 이승기는 성실하고 착한 이미지로 강한 예능인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컴백 시기를 조율 중인 주병진이나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혁재가 강한 예능인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에너지 넘치는 여성 진행자로 손꼽혔던 박경림의 부활 역시 예상해볼 수 있다. 박경림은 '세바퀴'에서 숨은 진행자로 게스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호평받고 있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