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강호동을 은퇴 선언하게 만든 예능인의 태생적 한계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9-11 16:24


스포츠조선DB

세금 과소 납부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오던 강호동이 잠정 연예계 은퇴라는 충격 선언을 해 대한민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강호동은 지난 수년간 유재석과 함께 '국민 MC'로 불리며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양분해온 저력의 소유자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방송 컨셉트로 이어지면서 대체 불가능한 예능계 파워맨으로 성장해온 그다.

그런 그가 세금 문제로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민심은 자존심 강한 그에겐 견디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사실상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잠정 은퇴 선언으로 그는 정면 돌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은퇴의 변에서 "최근 벌어진 (세금)문제는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내 잘못이자 불찰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얼마나 큰 지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뻔뻔하게 TV에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냐. 시청자들도 나를 보고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그가 '국민 MC'로 불리며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유명 연예인이었다고 해도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은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예능인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권상우, 김지수, 엄기준 등이 일부 연기자들이 음주 관련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예정됐던 작품에 출연을 강행하면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잠시 잠깐 끓어오르다가 사그라지는 게 보통일 뿐 아니라 심지어 작품이 흥행하거나 배우가 연기적으로 돋보일 때면 여론이 급속히 전환되는 상황에도 이른다.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물의를 빚고 다소간의 자숙의 시간을 갖은 뒤 복귀해 재개에 성공하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그런데 웃음을 줘야 하는 예능인들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물의에 있어 면역력이 높지 못하다. 만약 가족의 죽음이나 개인사로 인한 아픔을 겪은 뒤 바로 TV에 출연해 웃고 떠든다고 할 때 이를 좋게 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강호동이 만약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능인이 아니었다면 그가 방송가의 거센 후폭풍이 불 보듯 뻔한 은퇴 카드를 꺼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강호동의 한 측근은 "강호동씨가 이번 일이 있고 너무 많이 괴로워 했다"며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