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개콘'VS'코빅' 전운 감도는 코미디판, 승자는 누구?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1-09-04 16:25


'600회' 특집 기자간담회. 사진제공=KBS

대한미국 코미디 역사를 바꿔놓은 KBS2 '개그콘서트'가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올해로 12년 째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떨쳐 온 '개그콘서트'의 공고한 아성을 넘보기 위한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긴장감이 남다르다. '개그콘서트'를 오랜기간 연출했던 김석현 PD와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모여 새롭게 선보이는 tvN '코미디 빅리그'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축적된 공개 코미디의 노하우를 엑기스만 모아 론칭하는 '코미디 빅리그'가 '개그콘서트'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를 지, 아니면 또 다른 아류작으로 고난의 길을 걸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개그콘서트' 원조 서바이벌·도제식 시스템

1999년 9월 4일 첫선을 보인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스탠딩 코미디의 원조이자, 서바이벌의 전형으로 어느덧 대한민국 대표 개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개콘'의 성공은 이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의 탄생으로 이어지면서 개그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축적된 노하우가 없었던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잇달아 폐지되면서 '개콘'만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며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형국이다. 개그 프로그램의 틀을 바꾼 12년 역사의 '개콘'의 흔들리지 않는 아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개콘'의 '불편한 진실'에 출연하고 있는 황현희는 "'개콘'이야 말로 원조 서바이벌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개그맨들은 많은데 시간과 공간은 한정돼 있다. '개콘'은 개그맨들이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무대에 오르지만 방송을 통해 선보여지는 코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코너조차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치열한 오디션의 다름 아닌 '개콘'의 운용방식은 곧바로 프로그램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방송 600회를 맞아 최장수 코너였던 '봉숭아 학당'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코너들을 매주 선보이는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 끝에 '개콘'은 최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마땅한 경쟁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도 늘 긴장감을 놓지 않는 '개콘식' 서바이벌은 잔인하지만, 결국 모두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 아닐 수 없다.

또 타 방송사에 비해 KBS 출신 개그맨들은 도제식 시스템을 잘 갖춰왔다. 지난 2008년 '개콘'에서 MBC '개그야'로 이적한 박준형은 "사실 개그 노하우는 선후배 간에 도제식으로 전해진다. 이곳(MBC)에 와서 보니 이런 도제식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개콘'의 서수민 PD도 "프로그램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며 마치 극단처럼 개그맨들이 매일 출퇴근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코너를 짜는 식의 공동생활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이 '개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적된 노하우를 아끼는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전수하는 '개콘' 개그맨들의 유연함이 장수의 근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제는 '레전드'로 불리는 '개콘'도 아쉬운 점은 있다. 긴장감 넘치는 무한경쟁 체제에 놓이다 보니 개그는 남지만 개그맨은 잊혀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초반 '개콘'을 이끌었던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등 선배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잃고 정형돈, 유세윤, 신봉선 등 '잘 나가는' 개그맨들에게 '개콘'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이 쯤에서 떠나줘야 할 것 같다'는 나름의 이유를 대지만, 자칫 '개콘'이 버라이어티 진출을 위한 스쳐 지나가는 중간 다리 정도로만 인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극중 배역을 맡을 수 있지만 개그맨들은 갈수록 설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도 씁쓸함을 남긴다.

신구 개그맨들이 조화를 이뤄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개그 형식의 출현을 내심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tvN
'코미디 빅리그' 알짜배기 개그맨, 다 모였네

대한민국 코미디 프로그램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아성을 위협할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는 오는 17일부터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를 방송한다. '코빅'은 총 11개의 개그팀이 출전해 1억원의 상금을 놓고 개그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코미디에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해 벌써부터 '개콘' 팬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태.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개그맨들이 총출동해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개콘'을 압도할만한 프로그램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빅'의 최대 강점은 역시 출연 개그맨들이다. 일본 개그맨팀까지 포함해 총 11팀의 면면이 여타 개그 프로그램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탄탄하다. 지상파 3사 개그맨들 중 최고만 모아놨다는 말이 부족하지 않다.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의 '옹달샘', 박준형 오지헌 정종철의 '갈갈스' 뿐만 아니라 이재형 한현민 등의 '졸탄', 김미려 정주리 안영미가 의기투합한 '아메리카노', 박휘순 양세형 윤성호 김기욱 등이 힘을 합친 '4G', 김형인 윤택의 '비포앤애프터', 변기수 김재우의 '개종자(개그종결자)', 전환규 이국주의 '꽃등심' 등 모든 팀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이다.

게다가 '개콘'의 전성기를 이끈 김석현 PD와 인기 개그작가 장덕균까지 가세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기대감은 더욱 높다. 김PD는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코빅' 출정식에서 "총 10주를 경연할 예정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빅'에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1억원의 상금이 자칫 출연팀들의 족쇄가 될 수 있다. 출연을 결정한 '옹달샘' 팀의 유세윤은 "사실 1억원이라는 상금이 더 부담스럽다. 차라리 상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노력해서 열심히 하면 '돈 때문에 저런다'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 파격적인 것을 시도해보려고 해도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PD는 "사실 상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보통 연예인들에 비해 개그맨들은 대우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한팀이라도 톱 대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상금을 만들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또 '코빅'의 포맷이 기존 MBC '하땅사'나 KBS2 '개그스타'에서 시도했던 것이라는 부담도 있다. 대결 형식으로 펼쳐진 '하땅사'는 별다른 성과없이 폐지됐고 '개그스타'도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빅'에서 MC는 약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는 존재다. 코미디와 버라이어티에서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수근은 그렇다치더라도 MC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배우 이영아의 투입은 위태로운 부분이다. 능력의 시험대로 삼은 SBS '달고나'에서도 이영아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폐지의 운명을 맞았다.

'코빅'은 11개팀이 매주 개그 경연을 펼치고 현장에 있는 200명의 방청객 투표결과에 따라 승점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첫 경연은 오는 17일 오후 9시 전파를 탄다.
고재완 ·김명은 기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