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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외국작품이 아니라 창작 뮤지컬이네?"
지난 2000년 초연된 괴테 원작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극단 갖가지)이 이런 작품들의 '원조' 격. 그러나 '창작뮤지컬에는 우리 이야기와 우리 정서를 담아야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들어 외국작품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뤄가는 양상이다.
외국원작을 차용하는 창작뮤지컬이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이지만 뮤지컬 역시 심각한 소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작품을 모티브로 하면 이런 고민이 크게 해소될 수 있다.
현재 저작권법에 따르면, 원작자가 사망 후 50년이 지나면 자유롭게 텍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한-미, 한-EU FTA가 발효되면 7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셜록 홈즈'의 코넌 도일이나 '투란도트'의 푸치니 모두 이 조건에 해당된다.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
외국작품을 텍스트로 삼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셜록 홈즈'의 노우성 연출은 "장차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싶은 꿈이 있다"며 "해외 진출할 때 외국관객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았다"고 말했다. '투란도트'의 유희성 연출도 "글로벌시대를 맞아 외국작품을 활용한 원소스 멀티유즈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란도트'는 창작뮤지컬 사상 최초로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부작용은 없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이런 추세가 '창작에는 우리 이야기와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명감'에서 벗어나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정배 교수(청운대)는 "창작이란 본질적으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며 "외국원작 뮤지컬의 경우, 아무래도 쉬운 길을 가려한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유희성 연출은 "당연히 맞는 말"이라면서도 "우리 것의 세계화가 중요하고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세계적인 것을 우리 손으로 새롭게 만드는 작업도 의미있다. 열린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우성 연출은 "소재는 외국에서 갖고 왔지만 한국사람이 창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안에 우리 것이 가미된다"고 설명했다. 유희성 연출은 "무엇보다 제대로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괜히 엉터리로 만들었다가 명성에 기대는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