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떠난 KBS 주말극 "만두가게도 여럿 돼야 손님 몰린다"

KBS2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 사진=KBS 제공

"만두 가게도 여러 곳이 문을 열어야 그 중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손님이 몰린다."

'엄마가 뿔났다' '솔약국집 아들들' 등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쏟아졌던 KBS2 주말극의 황금기가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인가.

KBS2 주말극의 흥행불패는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한때 MBC가 '드라마 왕국'이라는 칭호와 함께 숱한 히트작을 내놓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난 2002년 '여우와 솜사탕'을 끝으로 KBS와 MBC의 주말극 싸움은 매번 KBS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60%를 웃도는 시청률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얻었던 최수종 이승연 배용준 주연의 '첫사랑'과 같은 신화적인 작품도 있다.

그러나 MBC가 지난해 가을개편과 함께 오후 8시에 방송되던 주말극과 오후 9시의 '뉴스데스크' 시간을 맞바꾸면서 주말극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개편 후 새롭게 선보인 MBC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지상파 3사의 드라마 경쟁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

MBC의 선전으로 사실상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SBS이지만 경쟁자를 떠나보낸 KBS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현재 KBS2 주말극은 '솔약국집 아들들'의 조정선 작가와 이재상 PD가 의기투합해 만든 '사랑을 믿어요'가 종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시청률이 20% 중반대에 머무른 채 치고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작인 '결혼해주세요'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만족감을 표하는 내부 분위기도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위기 의식도 존재한다.

K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동네에서 여러 만두 가게가 장사를 하게 되면 그 중에서 맛있는 집도 있고 별로인 집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다. 그래야 장사가 잘 되는 집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라며 주말극 경쟁구도를 만두 가게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혼자 장사를 하게되면 아주 맛있다고 소문이 나지 않는 한 손님이 별로 없게 된다"며 "8시대에 KBS 혼자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게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KBS는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사랑을 믿어요' 후속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가족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마준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신예 주원을 전면에 내세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KBS가 '나홀로 레이스'에서 내놓을 회심의 카드가 무엇일지, 또 '만두 가게 논리'가 과연 통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은 기자 [e-mail]

'사랑의 믿어요' 후속 KBS2 새 주말극 주연으로 낙점된 유이와 주원. 사진=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