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오픈스테이지] 오디션프로그램이 벌써 식상한 이유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 사진제공=MBC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TV를 켜면 아침부터 늦은 시각까지 주요 시간대에 드라마가 포진해 있다.

드라마란 게 묘해서 한 번 보게되면 계속 보게 된다고 한다. 드라마 취향이 아닌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보나?" 하며 시큰둥해 하지만 스토리의 중독성 때문인지, 스타들의 얼굴 때문인지 한번 보게 되면 관성적으로, 또 뒷얘기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써니'의 한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우르르 모여 '막장 드라마'를 보다 극중 남녀가 "사실 우리는 남매야"라고 하자 너도나도 에이~ 하며 화를 낸다. 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의 마력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드라마에 대한 대중적인 호응 때문인지 예능프로들도 '드라마'를 중시한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이다. 형식은 오디션이지만 감동과 눈물에 관한 한 기존 드라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 기존 드라마들은 미리 짜여진 극본이 있는 반면 예능프로들은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시청자들은 가수들의 노래 실력 못지않게 그가 살아온 배경, 인간 승리의 과정에서 진한 울림을 받는다.

그 결과 '나는 가수다'에서는 오랜 세월 기억 속에 묻혀있던 가수 임재범이 화려하게 부활했고, '위대한 탄생'에서는 연변 총각이 눈물의 코리안 드림을 일궈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휴대폰 외판원이었던 폴 포츠와 뚱뚱한 노처녀 수잔 보일이 스타 탄생의 기적을 이뤘던 것과 유사하다.

한 케이블 방송의 '슈퍼스타 K'에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수많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낳았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 새롭게 시작하거나 기획단계에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다. 하지만 붐이 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전보다 재미가 없다'며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일단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같은 시기에 다량 생산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몇 번 먹으면 혀에 익숙해져 '첫 맛이 아닌데…' 하는 것처럼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이 동시다발로 나오다보니 쉽게 '피로증후군'에 걸릴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대중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인간승리의 휴먼 드라마'라는 지향점이 자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크다. '나는 가수다'에 나섰던 김연우가 탈락 직후 "(드라마틱한 요소가 별로 없이) 인생을 너무 순탄하게 살았다"고 되뇌였던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자기모순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가공되지 않은 감동을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임재범이 '여러분'을 불렀을 때의 전율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이 어쩌면 '나는 가수다'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이었는지도 모른다.

TV 드라마는 갱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 하지만 리얼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럴 수 없다. 시청자들은 '임재범 이상'의 감동 드라마를 원하고, 갱을 짤 수도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들로서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팀 [e-mail]









'정의란 무엇인가'가 , 삶에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판타지에 몰입한다. 삶이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록 드라마에 매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