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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왕 토종은 고사 위기...남의 집 잔치가 되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3-03-29 16:23 | 최종수정 2023-03-30 06:00


KBL 신인왕 토종은 고사 위기...남의 집 잔치가 되나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는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신토불이 기죽이는 신인상?'

2022~2023시즌 남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토종 '루키'를 구경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농구연맹(KBL) 리그에서는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갈 유망 신인의 등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시아쿼터 확대로 필리핀 선수가 유입됐고, 그들에게도 신인상 수상 자격을 부여하면서다. 대부분 가드 포지션인 필리핀 선수들은 개인기도 뛰어난 까닭에 국내 유망주의 출전 기회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결과를 내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아시아쿼터 활용을 사실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대표적인 현장이 신인상 판도다.


KBL 신인왕 토종은 고사 위기...남의 집 잔치가 되나
렌즈 아반도가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덩크슛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30일 열리는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신인상 후보에 오른 이는 총 9명. 후보군 가운데 필리핀 선수는 론제이 아바리엔토스(현대모비스), 렌즈 아반도(KGC), 저스틴 구탕(LG), 샘조세프 벨란겔(한국가스공사) 등 총 4명에 달한다. 이선 알바노(DB)는 독일 2부리그에서 뛴 경력으로 제외됐다.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파는 이두원(KT) 박인웅(DB) 송동훈(KCC) 김태완(현대모비스) 신동혁(삼성)으로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6라운드로 뽑힌 선수들이다. 1순위였던 양준석(LG)은 장기 부상으로 인해 출전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국내 신인 최고로 기대받았던 양준석이 빠진 가운데 국내파에서 눈길을 끄는 이는 신동혁이다. 신동혁은 올시즌(이하 28일 현재) 53경기에 출전해 평균 5.6득점, 1.6리바운드, 0.8어시스트, 0.3가로채기, 3점슛 1.0개를 기록했다. 국내파 중 가장 좋은 기록이지만 팀 성적이 최하위인 게 아쉽다. 이어 박인웅(33경기 3.9득점, 2.2리바운드, 0.5어시스트), 송동훈(33경기 2.4득점, 1.1리바운드, 1.2어시스트), 김태완(32경기 2.9득점, 1.3리바운드, 1.3어시스트) 등이 경합하고 있다.


KBL 신인왕 토종은 고사 위기...남의 집 잔치가 되나
삼성 신동혁. 사진제공=KBL
하지만 필리핀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사실 비교가 안된다. 식스맨인 국내 신인과 달리 주전으로 뛴 아바리엔토스는 50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2.9리바운드, 4.8어시스트, 1.4가로채기, 3점슛 2.7개를 기록했다. 개인기록 전체 순위에서 가로채기와 3점슛 3위, 어시스트 4위에 해당하는 각 팀 '에이스'급 활약이다.

정규리그 우승 멤버인 아반도도 38경기에서 9.0득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한 데 이어 블록슛 평균 0.9개로 5위에 올라 아바리엔토스 못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렸다는 벨란겔(51경기 7.0득점, 1.9리바운드, 2.1어시트스)과 구탕(43경기 4.4득점, 2.2리바운드, 2.4어시스트)마저도 국내선수들을 능가한다.

생애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 한국리그인데 남의 집 잔치가 될 판이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신인은 곧 미래이고, 어린 꿈나무에겐 동기부여다. 국제적 흐름에 맞춘 문호 개방도 좋지만 토종 꿈나무의 기도 살릴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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