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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우승 감격의 순간, '앙숙' 김승기 감독 생각이 났을까 [김 용의 KBL PUB]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3-27 10:49 | 최종수정 2023-03-27 11:12


KGC 우승 감격의 순간, '앙숙' 김승기 감독 생각이 났을까 [김 용의…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KGC의 우승과 김승기 감독의 상관 관계는?

안양 KGC가 창단 후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KGC는 역대 3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냈다. 1위로 시작해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한 것이다. 2016~2017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KGC는 6년 만에 다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GC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치고 나갈 거라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전임 감승기 감독이 강력한 압박 수비를 기반으로 한 '질식 농구'로 팀을 강팀 반열에 올려놨는데, 그 김 감독이 고양 캐롯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그 최고 슈터로 성장한 전성현까지 김 감독과 함께 캐롯으로 떠났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마이너스 전력이라고 보는 게 냉철한 평가였다.

하지만 김상식 신임 감독과 선수들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우승에 여러 원동력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왜 김승기 감독일까.

KGC와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으르렁거렸다. 김 감독은 2년 전 제러드 설린저를 앞세워 기적같은 우승을 안겼다. KGC에서만 2번째 우승이었다. 하지만 KGC 구단은 우승 감독 재계약에 매우 박했다. 우승 감독이 1+1년의 초라한 계약을 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우승 아니었으면 재계약은 없었다는 얘기였다. 때문에 김 감독은 KGC 구단에 서운한 마음이 많았다.

그리고 캐롯으로 옮기며 그 울분이 터졌다. KGC와의 맞대결에서 공개적으로 구단의 과거를 비판했고, KGC는 곤욕을 치렀다. KGC가 KBL에 재정위원회까지 요청했다. 양측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KGC는 김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듯. 이번 시즌 우승의 주역인 변준형, 문성곤, 박지훈 등 국내 주축 선수들을 키운 게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실력을 키운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상식 감독을 만나 날개를 펼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변준형, 박지훈의 플레이를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변준형은 MVP급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김 감독 시절에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다 혼나기 일쑤였다. 주눅 든 모습들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기본기에 대한 조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화려한 농구도 없었을 것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감독들은 운이 따르고, 안따르는 경우가 갈린다. 전임 감독이 힘들게 팀을 만들어놓기만 하고 잘리면, 그 다음 감독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 것이다. 물론 김상식 감독의 농구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이 있었기에, 개성 강한 KGC 선수들이 오히려 뭉칠 수 있었다.


여기에 KGC는 이번 시즌 캐롯을 5번 만나 4승을 챙겼다.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격이 돼버렸다. 시즌 초 캐롯이 잘나갈 때 KGC를 만나 패하며 상승 흐름이 꺾였는데, 반대로 KGC는 캐롯을 잡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른 분위기는 시즌 전체 향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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