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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KGC의 우승과 김승기 감독의 상관 관계는?
하지만 김상식 신임 감독과 선수들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우승에 여러 원동력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왜 김승기 감독일까.
KGC와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으르렁거렸다. 김 감독은 2년 전 제러드 설린저를 앞세워 기적같은 우승을 안겼다. KGC에서만 2번째 우승이었다. 하지만 KGC 구단은 우승 감독 재계약에 매우 박했다. 우승 감독이 1+1년의 초라한 계약을 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우승 아니었으면 재계약은 없었다는 얘기였다. 때문에 김 감독은 KGC 구단에 서운한 마음이 많았다.
그리고 캐롯으로 옮기며 그 울분이 터졌다. KGC와의 맞대결에서 공개적으로 구단의 과거를 비판했고, KGC는 곤욕을 치렀다. KGC가 KBL에 재정위원회까지 요청했다. 양측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KGC는 김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듯. 이번 시즌 우승의 주역인 변준형, 문성곤, 박지훈 등 국내 주축 선수들을 키운 게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실력을 키운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상식 감독을 만나 날개를 펼쳤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변준형, 박지훈의 플레이를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변준형은 MVP급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김 감독 시절에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다 혼나기 일쑤였다. 주눅 든 모습들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기본기에 대한 조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화려한 농구도 없었을 것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감독들은 운이 따르고, 안따르는 경우가 갈린다. 전임 감독이 힘들게 팀을 만들어놓기만 하고 잘리면, 그 다음 감독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 것이다. 물론 김상식 감독의 농구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이 있었기에, 개성 강한 KGC 선수들이 오히려 뭉칠 수 있었다.
여기에 KGC는 이번 시즌 캐롯을 5번 만나 4승을 챙겼다.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격이 돼버렸다. 시즌 초 캐롯이 잘나갈 때 KGC를 만나 패하며 상승 흐름이 꺾였는데, 반대로 KGC는 캐롯을 잡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른 분위기는 시즌 전체 향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