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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확률, 그래도 절대 고개 숙일 필요 없다!'
그 1%조차 지워진 0%의 확률,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도 그리고 포기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됐다. 여자 프로농구 BNK썸의 얘기다. BNK는 21일 아산이순신체육관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67대84로 패하며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2패로 마지막까지 몰렸다. 이제 3경기 중 1패만 하면, 챔피언은 우리은행에 내주게 된다.
역대로 1~2차전을 내리 잡은 팀이 챔프에 오를 확률은 14회 중 14회, 즉 100%이다. 우리은행이 10번째 통합우승이라는 고지에 사실상 한발짝만 남겼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은 '제로섬 게임'이다. 농구는 야구나 축구처럼 무승부가 없다. 승리한 팀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패하는 팀이 존재한다. 특히 챔피언이란 단 한자리를 향해 뛰고 있는 두 팀에겐 말 그대로 숙명이다. BNK로선 0%라는 확률이 야속하기만 한 상황, 하지만 반대로 얘기해 이를 이겨낸다면 여자 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어 두번째 PO에서 삼성생명을 2연승으로 잡아내며 시즌 2위 자리가 결코 허투루 달성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하필 챔프전 맞상대가 10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하며 한국 여자농구의 역사를 스스로 써내려가고 있는데다, 국가대표 5인방으로 짜여져 있는 우리은행. 하지만 1차전은 4쿼터 3점차까지 쫓아가며 상대 선수나 감독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2차전에서도 팀의 유일한 챔프전 유경험자인 베테랑 김한별이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나기 전인 2쿼터 막판까지 동점 혹은 리드를 하는 등 첫 챔프전 출전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부상 정도로 봐선 3차전 김한별의 투입이 쉽지 않아 더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박정은 BNK 감독은 "1승도 중요하지만, 우선 챔프전에 뛴다는 것은 팀뿐 아니라 여자농구를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챔프전다운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분명 소득이 있어야 한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이는 김한별을 제외하고 모두 20대로 짜여진 영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의 각오일 것이다. 시리즈 반전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지난해 PO가 그랬듯 챔프전 경험은 BNK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은 분명하다. 3차전을 승리하든 패하든, 이 자리까지 올라온 BNK 선수단이 충분히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