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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형이 다시 웃었다.'
LG는 2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5라운드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서 94대80으로 역전승했다.
현대모비스를 2연승에서 멈춰세운 LG는 2연승을 달리며 선두 안양 KGC와의 격차를 4게임으로 좁혔다.
이날 화제의 '쌍둥이 더비'에서 만난 두 감독은 이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승부 무대에 다시 섰다.
5번째의 만남, 이제는 갈라 설 때가 왔다. 단순히 형제간 자존심 대결을 떠나 시즌 농사의 분수령이 될 만남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상대가 형이 이끄는 LG라서가 아니라 2위를 잡고 싶다. 2위가 서울 SK라도 같은 마음이다"라며 4강 플레이오프 직행권이 걸린 정규 2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1게임 승차가 걸린 경기를 잡는다면 1게임 차로 바짝 추격할 수 있었다.
조상현 감독의 표현 방식은 좀 달랐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1위도 잡고 싶고, 2위도 지키고 싶다. 하지만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2위 수성은 기본이고, 역전 우승도 바라본다는 내심을 내비친 것이다.
형제의 결의만 놓고 보면 꽤 뜨거운 한판승부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김을 빼는 외적 변수가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함지훈 장재석 이우석을 부상으로 잃은 채 경기에 임했다. 정신적 지주와 핵심 전력 등 3명이나 빠진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래도 객관적 전력상 열세일 수밖에 없는 현대모비스가 LG를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초반 일찍 타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린 승부였다.
현대모비스는 1쿼터 초반 속절없이 밀렸지만 이내 대반격에 성공했다. '믿을 맨' 게이지 프림이 일찌감치 제몫을 해 준 덕도 있지만 리바운드 집중력에서 현대모비스의 투지가 더 강했다. 리바운드 경쟁에서 13대6으로 압도한 현대모비스가 1쿼터를 29-20으로 끝낸 것은 작은 이변이었다. 부상자 이탈인 가운데 '짠물수비'로 유명한 LG를 상대로 29점을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2쿼터 들어 프림이 휴식 차 벤치를 지키자 LG의 아셈 마레이가 바짝 기세를 올렸다, 여기에 1쿼터에 내외곽을 흔들었던 이재도가 탄탄한 도우미로 사령관 역할을 해주니 현대모비스는 점점 위축돼 갔다.
48-47 역전으로 전반을 마친 LG는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잘 놀았다. 이재도가 물이 오른 듯 전력이 구멍 난 상대의 코트를 종횡무진 흔들고 '2옵션 용병' 단테 커닝햄까지 역할 분담을 해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중요한 순간 턴오버와 저조한 외곽슛에 의존한 것이 아쉬웠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