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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교육 때 체득한 수평-수직 인간관계론, 초보 전희철을 명장의 문턱으로 인도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4-07 15:57 | 최종수정 2022-04-08 07:00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2022 KBL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밝히는 SK 전희철 감독.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인간관계의 수직과 수평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시절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막상 지도자로 변신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본인의 운동 능력은 뛰어났지만, 이걸 이론적으로 정립해 후배 선수들에게 가르칠 방법을 모르거나, 현역 시절의 인기와 명성에 취해 지도자로서의 전술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또는 독불장군식으로 지시만 남발하거나. 어쨌든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하는 건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 서울 SK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스타 출신 지도자의 실패'를 피해갔다. 전임 문경은 감독에 이어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 또한 현역 때의 실력만큼 뛰어난 지도자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21~2022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며 지난 6일 열린 KBL 시상식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감독상'을 받았다. 어쩌면 SK 구단의 '사람 보는 눈'이 그만큼 정확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듯하다.

전 감독은 초보 감독임에도 안정적인 팀 운영으로 정규시즌 내내 팀을 선두권에서 이끈 끝에 우승으로 인도했다. '명장 커리어'의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초보감독' 전희철을 '명장'의 길로 인도했을까.

전 감독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감독상 수상 후 "내가 쉐프라고 한다면, 선수들은 재료다. 재료가 좋지 못하면 쉐프가 좋은 요리를 만들기 어렵다. 믿고 들어가는 건 선수뿐이다. 좋은 선수들이라는 판단은 했지만,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즌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SK 전희철 감독(가운데). 사진제공=KBL
그러나 어디 운만으로 우승과 감독상 수상이 가능할까. 어불성설이다. 전 감독을 '명장'의 초입으로 이끈 단서는 '구단 직원'으로서 받았던 '그룹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전 감독은 "팀에서 운영팀장으로 1년 정도 일할 때 SK그룹의 직원 연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교육의 핵심 내용은 바로 '소통'이었다. 거기에 나오는 '구성원'을 농구단의 선수와 코치로 바꾸니까 모든 게 그대로 적용될 법한 내용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범한 인사교육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전 감독은 "내가 코치 시절에는 좀 강성이었다. 선수들을 가르칠 때 주로 '수직관계'뿐이었다. 하지만 감독이 되고 난 뒤에는 '수직관계'와 '수평관계'가 잘 이뤄져야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훈련 때는 지시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수직 형태의 인간관계를 맺지만, 그 이후에는 수평으로 가야 소통이 된다. 선수들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물론 다 잘된 건 아니다. 점수로 치면 70~8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데뷔 시즌 감독상을 받았지만, 전 감독은 자만하지 않는다. 그는 "초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수직적·수평적 인간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계속 유지한다면 전 감독과 SK의 순탄한 행보는 당분간 오래 유지될 듯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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