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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승부에서 이기면 기쁘고, 지면 화가 나는 게 일반적인 심리 반응이다. 프로농구 경기 후 만나는 승장과 패장의 반응이나 코멘트는 대부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끔 뜻밖의 반응이 나올 때가 있다. 지난 1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승장은 잔뜩 굳은 얼굴에 화를 억누른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면 안된다"고 했다. 반면 패장은 누그러진 듯한 목소리로 "공부가 많이 됐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왜 이런 것일까.
이런 내용이 결국 양쪽 감독의 반응을 뒤바꿔놓은 계기가 된 것이다. 이상범 감독으로서는 손쉽게 이길 법한 경기가 막판에 역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된 게 불만이었다. 그는 "선수들을 좀 혼냈는데, 이렇게 가면 안된다. 3, 4쿼터 끝까지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잘못됐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우리 선수들이 다음부터라도 이렇게 하면 어느 팀도 이길 수 없다. 운 좋게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후반에 나온 선수들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1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즌 내내 이어져야 할 승부욕과 집중력을 선수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준 것이다.
반면 서동철 감독은 초반에 완전히 망가졌던 흐름이 후반에 그나마 정상화된 덕분에 패배의 실망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공부가 된 경기였을 것이다. 물론 나도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에서는 무척 화를 냈다. 선수들이 준비한 패턴을 전부 안 지켰다. 그런 점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 덕분인지 후반에는 그나마 우리 플레이가 나왔다. 그래서 비록 졌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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