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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에도 없는 KBL 히트상품 '농구영신', 지속가능성 찾아야한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1-01 09:15



[부산=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시행 4년째, '농구영신'은 이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완전한 KBL만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팬들의 환호와 함성이 신년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12월 31일 밤 부산 사직체육관. 이날 따라 갑자기 부산 지역의 밤 기온이 영하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고, 강풍도 몰아쳤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강추위나 늦은 귀가 시간 따위는 전혀 아랑곳없이 농구장으로 몰려 신년을 맞이했다. 경기가 펼쳐질 때는 온 열정을 다해 함성을 외쳤다. 새해 카운트다운의 순간에는 함께 온 친구, 가족 연인들끼리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트에서 신년 타종식이 열렸고, 이후에는 DJ 파티까지 열렸다. 선수와 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향상된 프로농구의 인기를 가장 정확하게 느낄 수 있던 순간.


특히나 이날 사직체육관에는 무려 7833명의 관중이 몰려 KT가 경기장을 축소운영한 이후 처음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KT가 홈으로 쓰는 사직체육관은 원래 1만4000석 규모의 대형 체육관이다. 그래서 KT는 2층의 일부와 3층을 아예 통천으로 가려놓고 쓴다. 너무 빈자리가 크면 더 썰렁해보일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당초 6000명 정도로 예상했던 관중이 계속 몰리면서 결국 2층의 통천을 제거해야 했다. 8000명에 가까운 농구팬이 사직체육관을 찾았다. 농구영신 이벤트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향후 KT가 동원 목표로 삼아야 할 수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는 동시에 KBL의 흥행 한계를 뛰어넘는 효과를 낸 농구영신 이벤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어렵게 4회까지는 이끌어왔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4회는 리턴매치 형식으로 잠실과 고양, 창원과 부산을 오가며 네 팀(SK 오리온 LG KT)이 소화해냈다. 문제는 이 다음으로 어디서 할 지다. 아직 미정이다. 물론 이제 막 새해 첫날이 된 시점에 연말 이벤트 장소를 정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기는 하다.


KBL은 기본적으로 희망 구단을 우선 지정해 차기(2020~2021) 농구영신 개최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침대로 2020~2021시즌 스케줄을 짤 시점에 선뜻 나서는 구단이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농구영신' 신청에 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팬을 위한 이벤트이고, 프로농구 흥행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원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선수단의 경기력 저하 문제다. 밤에 시작하고 경기 종료와 이벤트 등을 마치면 자정을 넘긴 새벽이 되다 보니 선수들의 리듬이 깨진다. 실제로 농구영신 이벤트를 했던 구단들은 다음 리그 경기 때 경기력 저하를 호소했다. 누적된 피로나 흐트러진 리듬을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 KBL 차원에서 경기 일정에 여유를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KT 서동철 감독은 "농구영신 이후에 흐트러진 리듬과 밸런스를 찾을 시간을 조금만 더 주면 좋겠다. 원래 이번에도 농구영신 이후에 바로 경기 일정이 잡혀있어서 변경했다"면서 "KBL이 이런 부분을 신경 써주면 더 많은 구단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대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연말 연시에 각종 콘서트나 이벤트 등으로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기장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이 그렇다. 전용경기장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KBL 차원에서 경기장 운영 주체인 지자체 등과 미리 업무 협의 등의 과정이 필요할 듯 하다. 농구영신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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