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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KCC를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면 큰 일 날 것 같다"고 했다.
모비스의 천적관계
하지만 올 시즌 3연승. '천적' 관계를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런데, 새로운 먹이사슬이 등장했다.
KCC다. 올 시즌 맞대결 3승1패로 절대적 우위. 시즌 첫 경기에서 모비스가 승리. 당시 KCC가 9점 차까지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하승진이 갑작스레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골밑의 힘으로 눌렀다. 10점 차이가 났지만, 경기내용에서 압도하는 경기는 아니었다. 올 시즌 모비스는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주말 2연패를 했지만, 23승6패, 8할 가까운 압도적 승률. 2위와의 게임 차 역시 5.5 게임차다. 그나마 좁혀진 간격이다.
막강한 모비스가 KCC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첫번째 패배에서는 모비스의 정적인 움직임에 KCC가 적절한 더블팀 & 로테이션 수비(통상 X4라고 한다. 볼이 없는 지역 위크사이드에 배치된 선수를 X4로 표기하는데, 이 선수가 주로 도움수비를 가면서, 나머지 3명의 선수가 로테이션을 돌기 때문이다. 추일승 감독의 설명으로는 베이스 라인 더블팀을 하기 때문에 'B 트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추 감독이 번역한 '위닝 디펜스'라는 책에 잘 설명돼 있다)
가 있었다. 모비스의 경기 사이클이 떨어지는 시점. 2번째 맞대결에서도 모비스가 전형적으로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지난 토요일(29일) 경기도 이대성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KCC도 송교창이 나오지 못하면서 전력의 공백은 있었다.
왜 천적관계가 발생할까.
모비스가 KCC에 약한 이유는 분명 있다. 일단 골밑에서 우위를 잡지 못한다. 브랜든 브라운이 라건아를 적절히 대처하기 때문이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긴 팔로 인해 포스트에 투입되는 패싱을 적절히 차단한다. 라건아의 약점 중 하나가 포스트 업 기술이 투박하다는 점이다. 라건아는 뛰는 농구가 최대 강점인데, 팀 활동력 자체가 KCC가 좀 더 낫다는 부분도 있다.
두번째가 더 중요하다. 모비스는 2대2 수비에 약점이 있다. KCC와의 맞대결에서 항상 마커스 티그, 이정현의 2대2 공격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모비스의 외곽 메인 수비수는 양동근과 이대성이다. 수비력이 탄탄하지만, KCC의 2대2 공격을 막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모비스는 시즌 준비를 많이 한다. 사이드 스텝을 강화하고, 전체적 수비력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이정현과 티그는 좀 특별하다. 티그는 스피드와 골밑 돌파에 강점이 있고, 이정현은 코트 내에서 나오는 변수를 적절히 공략한다. 2대2 공격에서 순간적 판단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이정현은 직접 슛을 노리거나, 브라운으로 이어지는 패싱이 자유자재다. 모비스의 수비력은 강하지만, 2대2에서 나오는 복잡한 변수를 대처하는 능력이 좋지 않다.
모비스가 왜 2대2 수비에 상대적으로 허점을 보일까. 2대2 수비를 할 때 도움 수비의 빈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모비스는 전자랜드와의 천적 관계를 형성할 때도 그랬고, 2008~2009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경기에서 이상민 강 혁 등에게 무수한 2대2 공격을 허용하면서 탈락한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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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는 이종현이 무릎을 다쳤다. 최소 3주 이상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모비스는 강하지만, 압도적인 강함은 아니다.
사실 모비스가 3라운드까지 23승을 한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전력, 철저한 준비, 유재학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함께, 상대적으로 모비스를 위협할 LG, KCC, KGC, SK, 전자랜드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매년 반복되는 문제다. 프로농구에서 유력한 강호들이 무너지는 경향이 매 시즌 발생한다. 감독의 역량 부족, 비 시즌 준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모비스의 철저한 준비는 타산지석을 삼아야 한다)
KCC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전 전력의 핵심 세팅을 잘못했다. KCC는 명백하게 이정현과 송교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승진의 경우 지난 시즌 25분 이하로 뛰면서 리바운드 10개 이상을 잡을 때 가장 승률이 높았다.
즉, 하승진의 출전시간을 20분 안팎으로 조절하고, 승부처에 넣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전태풍은 수비가 너무 떨어진다. 때문에 공수 효율성이 좋지 않다. 두 선수가 메인이 되면 KCC의 전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KCC는 여전히 불안하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스몰 라인업을 가져가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14승14패, 여전히 5할 승률에 불과하다. KCC의 객관적 전력이 약한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전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있다는 해석이 가장 적절하다.
즉, 경기를 치를수록 현재의 포메이션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경기력은 올라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게다가 베스트 5나, 매치업 상성에서 모비스에 뒤질 게 없다. 때문에 모비스가 KCC를 만나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모비스 역시 그대로 있진 않을 것이다. 특히 유재학 감독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처에 쓸 수 있는 원 포인트 전술을 적재적소에 구사한다. 앞으로, 양팀의 맞대결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흥미롭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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