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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애런 헤인즈(37)의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헤인즈가 돌아왔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헤인즈는 지난해 막판 다친 무릎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복귀해 4경기를 뛰었는데, 첫 경기 승리 후 팀은 3연패다.
특히 DB전은 엉망이었다. 직전 두 경기인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창원 LG 세이커스전에서 팀은 패했어도 헤인즈는 20득점, 23득점을 각각 기록해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DB전은 8득점에 그쳤다. 14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한 건 의미가 없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플레이 자체에서 이전 활발하게 코트를 휘젓던 헤인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던지면 들어가던 미들슛은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슛을 올라가는 밸런스가 흐트러져 있었다. 헤인즈 특유의 과감한 돌파도 없었고, 리바운드를 잡은 후 번개같이 치고 나가던 속공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플레이들이 없으면, 헤인즈는 그저 그런 포워드로 전락하고 만다. 실제로 문 감독은 4쿼터와 연장전 마지막 승부처 득점이 필요할 때 헤인즈를 빼고 오데리언 바셋을 투입했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헤인즈가 공을 잡고 무조건 1대1 공격을 펼쳤을 상황이다. 그만큼 몸이 안좋았다는 뜻이다.
이 게 일시적인 문제냐, 아니면 이번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는 문제냐가 중요하다. DB전 잠깐 컨디션이 안좋았던 거라면 이어지는 경기들에서 기대를 해볼 수 있지만, DB전 같은 컨디션이 이어진다면 SK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슛이 조금 들어가는 날은 득점이 어느정도 올라갈 수 있겠지만, SK 특유의 빅 포워드 속공 농구가 사라지면 다른 선수들의 강점을 살리기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해가 바뀌면 38세가 되는 많은 나이가 거린다.
문 감독은 이에 대해 "헤인즈가 아직은 단계를 더 밟아야 한다. 이제 4경기를 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말하며 "아픈 건 없는데 본인이 무서워하는 건 있는 것 같다. 7~8개월 경기를 안뛴 공백도 있다. 리바운드 후 속공 나가는 걸 주문했는데 그게 안나오더라. 속공이 나와야 다른 선수들의 속공도 산다. 앞으로 헤인즈에 대한 상대 수비는 더 강해지고, 체력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선수의 약점을 가려주고 장점을 살리는 농구로 잘 대비해보겠다"고 밝혔다.
2008~2009 시즌부터 KBL에서 활약한 장수 외국인 선수로, 자신만의 농구 스타일로 '6강 보증수표'라는 명성을 얻었던 헤인즈. 그가 무릎 수술 후유증을 이겨내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제 최고 외국인 선수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줄 위기에 몰릴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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