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챔프전 판정분석] 보상판정과 플라핑, 합리적 의심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8-04-12 06:00


SK 최준용과 DB 김주성의 모습. 사진제공=KBL

챔피언 결정전. 판정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SK 측은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를 얘기하고, DB 측은 억울했던 판정 장면을 말한다. DB 로드 벤슨과 디욘테 버튼은 SK 측의 플라핑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며 'PLAY BASKETBALL'을 얘기를 한다. 그러자 SK 문경은 감독은 은퇴를 앞둔 김주성을 소환하며 DB의 '교묘한 반칙'을 지적한다.

양 측 모두 판정에 대해 할 말이 많다.

1, 2차전이 끝났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좀 더 디테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1차전 57개, 2차전 39개의 파울이 나왔다. 총 96개다. DB와 SK가 똑같이 48개의 파울을 지적받았다. 숫자 상으로 공평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모든 파울콜을 뜯어봤다.

1차전=보상판정에 대한 합리적 의심

판정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판정 기준이다. 굳건하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1차전에서 판정 기준이 상당히 오락가락했다. 오심성 파울의 대부분은 약간의 실린더 접촉은 있었지만, 정상적 플레이가 이뤄진 상황. 그런데 파울이 불렸다. 잇단 항의가 나왔다.

SK 최준용은 억울할 만하다. 3차례의 파울이 애매한 상황에서 나왔다. <표-1 참고, 오심은 명확한 오심, 오심성은 판정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 애매함은 비디오로 판단할 수 없었던 장면>


마지막 파울은 명백한 오심. 김주성이 RA(restrict area. 공격자 보호구역. 수비자가 한 발이라도 걸치면 무조건 수비자 파울) 지역에서 수비했다. 수비자 파울이 공격자 파울로 둔갑하면서 5반칙 퇴장. 특히, 최준용의 경우 좀 가혹했다. 예전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의 성격을 띄는 듯한 판정이었다.

문제는 4쿼터였다. 보상판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최준용이 5반칙 퇴장을 당하자, 급격히 심판 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판정 기준 자체가 민감해졌다. 화이트가 골밑슛을 할 때 벤슨의 수비자 파울이 볼렸다. 오심이었다. 30초 뒤 버튼의 골밑슛을 할 때 김민수가 억울한 파울을 받았다. 4쿼터 6분2초를 남기고 윤호영이 블록슛하는 장면에서 공을 건드리는 장면이 나왔지만, 파울. 최부경과 윤호영이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윤호영의 파울이 불렸다.

즉, 최준용 5반칙 퇴장(SK)→벤슨 파울(DB)→김민수 파울(SK)→윤호영 파울(DB)이 이어졌다. 흔한 판정 패턴이다. 6강 2차전 KCC와 전자랜드의 경기와 흐름이 비슷하다.

결정적 오심. 이후 갑자기 판정 기준이 민감하게 변한다. 양팀을 오가는 '핑퐁 파울행진'이 이어진다. 이 와중에 애매한 장면에서 휘슬이 막 울린다. 4쿼터 3분26초를 남긴 상황에서 벌어진 최부경과 윤호영의 리바운드 경합 장면. 윤호영의 수비자 파울이 김주성의 테크니컬 파울로 확대생산됐다. 그냥 놔둔 채 SK의 24초 공격제한시간을 선언하면 간단한 문제였다. 김주성의 스크린 때 변기훈의 파울도 쓸데없는 휘슬이었다. 모두 승부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콜이다. 즉, 오심이 판정기준에 영향을 미치면서 갑자기 민감한 콜이 생산되고, 결국 양팀과 농구 팬 사이에서는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인식을 심어 놓는다. 1차전이 딱 그랬다.

◇논란장면 판정일지<표-1>

1차전

쿼터=남은시간=내용=판정=비고

1=6분19초=김민수 골밑슛, 윤호영 블록슛 파울 판정=윤호영 파울=오심성

1=5분40초=안영준 골밑슛, 이지운 수비 파울(실린더 약간 접촉)=이지운 파울=오심성

1=2분=박지훈 레이업, 최부경 수비자 파울 판정=최부경 파울=오심성

1=1분17초=김현호 레이업, 김선형 블록슛 파울=김선형 파울=오심성

1=1분4초=화이트 골밑슛, 박지훈 살짝 밈=파울 안 불림=애매함

2=9분39초=버튼 골밑슛, 최준용 블록슛 파울=최준용 파울=오심

3=4분52초=벤슨 골밑슛, 최준용 블록슛 파울=최준용 파울=애매함.

3=3분59초=버튼 골밑슛, 최준용 블록슛 파울=최준용 파울=정심

3=1분23초=메이스 골밑슛, 버튼 블록슛 파울=버튼 파울=애매함

4=8분52초=화이트 골밑슛, 김주성 블록슛 파울=김주성 파울=오심성(화이트 공격자 파울)

4=8분24초=화이트 속공, 캐링 더 볼=파울 안 불림=오심

4=8분8초=최준용 골밑슛, 김주성 RA안에서수비=최준용 공격자파울=오심(김주성 수비자 파울)

4=6분54초=화이트 골밑슛, 벤슨 수비자 파울=벤슨 파울=오심

4=6분24초=버튼 골밑슛, 김민수 파울=김민수 파울=오심

4=6분2초=최부경 골밑슛, 윤호영 블록파울=윤호영 파울=오심성

4=3분26초=최부경 윤호영 리바운드 경합=윤호영 파울(김주성 T파울로 연결)=오심성

4=2분38초=김주성 스크린, 변기훈 수비자 파울=변기훈 파울=오심성


디욘테 버튼은 '농구를 하자'고 했다. 사진제공=KBL
2차전=일취월장 휘슬, 계속되는 플라핑

<표-1>과 <표-2>는 차이가 많다. <표-2>는 상당히 깔끔하다. 1차전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2차전에서는 판정 기준이 대체적으로 굳건한 편이었다.

일단, 웬만한 몸싸움에 대해서는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김현호가 골밑으로 돌파한 뒤 최부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최부경은 자신의 실린더를 지킨 채 버티고 있었고, 김현호는 넘어졌다. 파울 콜이 불리지 않았다.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

2차전 4쿼터 8분41초를 남기고 벤슨의 팔꿈치가 김민수의 목을 친 장면이 있었다. 27.8초에는 안영준이 버튼에게 팔꿈치를 맞고 쓰러졌지만, 파울은 불리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이후 나온 결과다. 이 부분도 긍정적이다.

KBL에서 볼 수 있는 단골장면 하나만 살펴보자. 경기종료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 박빙의 승부. 공격수가 볼을 잡을 때, 기습적 더블팀을 완전히 붙어서 한다. 경험이 없는 외국선수나 신예들은 공간확보를 위해 팔꿈치를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돌리고, 얻어맞은 수비수(실제 얼굴을 맞기도 하고, 살짝 부딪치기도 한다)는 과한 액션으로 넘어지면서 얼굴을 감싼다. 그대로 공격자 파울이 울린다. 과한 액션은 놔둔 채 대부분 감독들은 "(그 선수가) 요령이 부족하다"고 타박한다. 정말 보기 싫은 장면들 중 하나다.

물론 김민수와 안영준은 실제 접촉이 있었다. 하지만, 수비수가 공격수의 실린더 안에서 접촉이 일어났을 때, 정상적으로 분다면 대부분 수비자 파울이다. 아니면, '정상적 몸싸움'의 일환으로 보고 그냥 진행한다. 하지만 플랍성 플레이가 보태지면 공격자 파울로 둔갑하는 게 그동안 국내농구의 현실이었다. 국제무대에서는 공이 없는 상태에서 몸싸움은 한계가 거의 없다. '버튼'같은 선수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충돌하면, 버티는 수밖에 없다. 슈팅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공격자와 수비자가 충돌하는 '실린더 중립지대'의 몸 접촉은 웬만하면 용인한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림을 향해 돌진할 때, 수비수가 뒤따라 오면서 블록슛할 경우, 슈팅핸드에 대한 접촉만 없다면 블록슛 이후 몸 접촉은 대부분 허용한다. NBA나 농구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를 보면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다. 한국농구는 콜 자체가 매우 소프트하다. 민감하기 때문에 '플라핑'이 기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이번 챔프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 2차전에서 안영준이 두 차례, 변기훈이 한 차례 플랍성 플레이가 있었다. 1차전에서도 그랬다. 특히, 안영준의 경우, 습관적 동작들이 나타나고 있다. DB에서는 두경민의 동작이 과한 편이다.

문경은 감독이 언급한 김주성의 경우, 과거 과한 액션들이 많았다. 이번 챔프전에서 플라핑은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교묘한 팔 사용이다. 1차전 4쿼터 9분24초를 남기고 변기훈과 팔이 엉켰고, 7분47초를 남기고 최부경에게 팔을 끼려는 동작이 나왔다.

PO 6강에서 습관적 플라핑으로 많은 비판을 받던 KCC 이정현은 4강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플라핑을 최대한 자제하고, 유연한 스텝을 이용한 슛, 돌파, 2대2 공격 등 자신의 농익은 기량과 센스를 발휘했다. 물론 체력적 부담감으로 인해 슈팅 정확도가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습관적 플라핑 없이 충분히 가치있는 선수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농구팬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졌다.(물론 6강 당시 이정현의 플라핑과 이번 챔프전의 플라핑은 조금 다르다. 이정현의 경우, 자신이 적극적으로 유도한 플라핑이라면, 이번 챔프전에서는 몸 접촉의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한 액션들이다.)

이제 챔프전은 최대 5차례 남았다. 여전히 판정 기준은 불안하고,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액션'과 '꼼수'가 섞여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논란장면 판정일지<표-2>

2차전

쿼터=남은 시간=내용=판정=비고

2=5분37초=벤슨 킥볼=휘슬 늦게 불림=문제 있음

2=1분53초=김선형 골밑돌파, 김현호 수비자 파울=김현호 파울=오심

3=7분58초=이우정 골밑슛, 메이스 블록슛 파울=메이스 파울=오심

4=8분41초=벤슨 팔꿈치, 김민수 목 맞고 쓰러짐=파울 안 불림=정심

4=6분42초=버튼 돌파 전, 안영준 팔을 의도적으로 침=파울 안 불림=오심(버튼 공격자 파울)

4=5분23초=김선형 골밑슛, 이우정 수비자 파울=이우정 파울=오심성

4=4분19초=안영준 골밑슛, 서민수 수비자 파울=서민수 파울=오심성

4=27.8초=안영준, 버튼 막는 과정에서 팔꿈치 맞고 쓰러짐=파울 안 불림=정심

◇플랍성 플레이<표-3>

경기=쿼터=남은 시간=내용

1차전=3쿼터=8분36초=안영준, 서민수와 리바운드 경합과정에서 만세동작.

1차전=3쿼터=2분27초=두경민, 돌파 과정에서 이현석 팔꿈치 살짝 건드리자 목 꺾고 비명.

2차전=3쿼터=6분43초=안영준, 3점슛 이후 목 꺾음.

2차전=4쿼터=1분53초=변기훈, 이우정 살짝 밀자 과한 동작으로 넘어짐.

2차전=4쿼터=11.4초=안영준, 3점슛 버튼에게 블록당한 뒤 목 꺾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