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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NBA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는 1월 6일(한국시각)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 댈러스와 새크라멘토의 경기였다.
새크라멘토는 디마커스 커즌즈가 있다. 골밑 장악력만큼은 독보적인 리그 최고 수준의 센터다. 반면, 댈러스의 매치업 상대는 자자 파출리아다. 매우 근성있고 몸싸움에 능한 빅맨이지만, 커즌즈를 1대1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연히 새크라멘토는 커즌즈를 주요 공격루트로 삼았다. 댈러스는 챈들러 파슨스의 패싱력과 덕 노비츠키의 미스매치로 인한 외곽을 주요 공격 루트로 잡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심판진은 짜증내는 선수들에게 중간중간 많은 대화로 더 이상 항의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했다. 선수들 역시 '마지노선'을 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불만을 터뜨렸지만, 더 이상의 2차적 항의는 없었다. 이후, 심판진에게 얘기를 건네며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팁'을 계속적으로 주고 받았다.
결국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는 나오지 않았다. 매우 치열하면서도 숨막히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2차 연장혈투의 명승부가 만들어졌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필자는 KBL에 대입해봤다. 이날 커즌즈는 자신이 득점을 할 때마다, 짜증가득한 얼굴로 파울이 불릴 때마다 계속적으로 항의를 했다.(물론 마지노선을 넘지 않았다) KBL 판정이 기준이었다면, 충분히 테크니컬 파울이 불리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9일 KCC와 KGC의 4강 2차전.
승부가 갈린 경기종료 1분22초 전. 엔트라인 안에 서 있던 마리오 리틀에게 갑자기 이상준 심판이 테크니컬 파울을 불었다. 결국 5반칙 퇴장당했다.
당시 리틀은 자신의 신발에 붙어있던 테이핑 조각을 코트 밖으로 던졌다. 엔드 라인 밖에는 이상준 심판이 있었다. 당시 리틀은 뒤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테이핑 조각을 던졌고, 이 심판에게 맞았다.
KBL 측은"리틀이 신발에 붙어 있던 테이핑 조각을 뜯어, '힐끗' 뒤를 본 뒤 던졌고 이 심판이 맞았다. 때문에 고의적으로 테이핑 조각을 던졌다고 판단, 테크니컬 파울을 부과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글쎄다. 노골적으로 노려보면서 어떤 이물질을 던지면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이나 퇴장감이다. 심판 모욕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애매하다. '고의적으로 던졌다'라는 부분이 핵심이지만, '증거'가 너무 약하다. '힐끗 보고 던졌다'는 주장인데, 이 부분은 심판진의 재량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위험한 판단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심판진의 권위의식이다. 올 시즌 주장만이 유일하게 항의를 할 수 있다. 'FIBA 룰'로 바뀌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여전히 판정 논란은 있다. 심판도 오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오심의 항의 경로가 너무나 좁다는 것이다. 게다가 판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트 위의 선수들이 판정 기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심판진과의 원활한 소통과 대화가 필수다. 그런데, 올 시즌 그런 소통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심판진의 권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항의하는 해당 선수가 주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판정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테크니컬 파울을 '남발'한다. 간간이 심판진에 대한 모욕이라는 이유로 석연치 않은 파울이 나오기도 한다.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한다. 심판진은 선수들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경기력을 최상으로 이끌어야 할 의무가 코트 위에서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심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도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대화와 소통이 필수다. 그래야 최상의 경기력을 방해하는 불미스러운 '사고'와 '변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심판진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KBL은 댈러스와 새크라멘토전을 비롯, NBA 심판진들이 선수들과 어떤 소통을 하는 지 곰곰이 복기할 필요가 있다. 'NBA 룰'과 'FIBA 룰'이 다르다거나, 문화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