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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 이지스가 너무 잘하는 걸까, 아니면 안양 KGC가 실력보다 못하는 걸까.
KCC는 안드레 에밋의 팀으로 대변되고 있다. 그의 개인 기량이 너무 출중해서다. 경기를 혼자 좌지우지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27득점, 2차전 39득점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KCC의 승리를 에밋이 혼자 책임졌다고 하면 안된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 내용도 너무 좋기 때문. 에밋 플레이 특징은 이렇다. 혼자 난사를 하는 느낌은 아닌데, 경기 끝나고 보면 득점이 엄청나게 쌓여있다. 이타적인 농구를 한다. 자신이 해결을 해야할 때만 슛 욕심을 내지, 그게 아닐 때는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를 한다. 팀 최고 에이스가 함께 하는 농구를 하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혼자 독불장군식 농구를 할 수 없다. 가장 큰 변화는 전태풍에서 찾을 수 있다. 볼 소유 욕심이 많았던 전태풍이 개인기를 자제하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자 KCC 농구가 매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워낙 드리블과 패스 감각이 좋은 선수라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있다. 다른 팀에 있었으면 주야장천 골밑 공격을 했을 허버트 힐도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공격에 집착하지 않는다. 하승진 역시 마찬가지. 이렇게 팀이 하나로 돌아가자 경기 내용이 너무 좋다. 선수들의 고른 득점이 나온다. 주전급 선수들 뿐 아니라 정희재, 신명호 등 식스맨들도 알토란 같은 득점을 추가해준다. 많지 않지만 이런 득점들은 상대팀에 엄청난 타격이다.
KGC의 자충수, 에밋에 대한 집착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KCC는 현재 에밋의 팀이지만 에밋의 팀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상대는 에밋 봉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KGC도 그렇다.
KGC 김승기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에밋 수비에 대해 "오세근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서로 포지션이 맞지 않는다. 말그대로 깜짝 카드.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꼬였다. 오세근은 무릎이 좋지 않다. 무릎이 정상이라도 스피드 차이가 있어 에밋을 맡기 쉽지 않았을텐데, 무릎까지 아프니 에밋의 스텝을 오세근이 따라갈 수 없다. 1차전, 찰스 로드의 지나친 공격 욕심도 초반 흐름을 그르쳤지만 에밋이 외곽슛을 뻥뻥 터뜨리게 해 기를 살려준 것도 문제가 있었다.
2차전에서는 오세근 카드를 접었다. 양희종, 마리오 리틀, 이정현, 오세근 등이 돌아가며 에밋을 막았다. 에밋이 공을 잡거나, 2대2 플레이를 하면 일단 모든 수비의 집중이 에밋에게 쏠렸다는 증거다. 문제는 에밋이 여기서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들을 살려주는 패스를 한다는 것. 정규리그 때 그렇게 좋던 KGC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와해됐다. 여기저기서 KCC의 손쉬운 찬스가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에밋을 완전 봉쇄한 것도 아니다. 에밋은 그 집중 수비를 뚫고도 넣을 건 다 넣었다. 다시 말해, KGC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수비가 돼버린 것이다. 수비에서 소위 말하는 '멘붕'이 돼버리니, 점수차가 조금 벌어지면 공격에서도 조급한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3차전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아예 에밋을 더 확실히 압박하든가, 아니면 에밋에게 줄 것은 주고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을 저지하는가이다. 1, 2차전을 보면 마리오가 1대1로 에밋을 곧잘 막았다. 차라리 마리오에게 에밋 전담 수비를 맡기고, 나머지 선수들이 다른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나마 공격에서 고군분투 해주고 있는 마리오의 체력 문제가 걸리니 골치가 아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