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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2012~2013 시즌. SK 절대적 에이스 애런 헤인즈는 챔프전에서 모비스 수비 전술에 철저히 봉쇄 당했다.
헤인즈는 오리온의 에이스가 됐다. 그리고 그가 기억할 수밖에 없는 모비스를 4강에서 만난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제 헤인즈의 '왼발'을 주목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왼발을 여러 차례 움직인다. 호흡을 가다듬고, 상대 수비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리고, 허점을 파악하는 예비동작이다. 이후, 곧바로 미드 레인지 점퍼를 던지거나, 파고든다. 봉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는 왼발에 시동을 걸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다. 즉, 헤인즈가 볼을 잡자 마자, 왼발이 움직일 공간에 밀착마크하는 수비법이다.
유 감독은 "헤인즈에 대해 여러가지를 준비했다. 지역에 따라 헤인즈가 선호하는 돌파 방법이 있다. 여기에 따른 맞춤형 수비도 계속 연습했다"고 말했다.
모비스가 오리온을 누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에이스 헤인즈의 위력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런 수비방법들이 하나의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런 디테일한 수비법이 실전에서 통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비스는 그런 준비를 하면서 실전에서 통할 수 있는 확률을 높혀온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유 감독은 "헤인즈와 잭슨에게 줄 점수는 줘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줄 점수는 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헤인즈 봉쇄법'을 고려하는 부분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헤인즈와 잭슨에게 무리하게 더블팀을 가거나 지역방어를 쓰면,더욱 많은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기본. 오리온의 가장 큰 고민인 헤인즈와 잭슨의 '단절 현상'도 결국은 토종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끊는데서 출발한다는 의미.
그렇다고 헤인즈에게 무더기 점수를 줘서는 양팀의 전력 차이를 감안할 때 모비스의 승리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디어데이에서 유 감독이 "두 외국인 선수는 막기 힘들다. 그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리온의 선수층이 두텁고 탄탄하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수비를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 윤곽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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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규시즌 막판 "모비스는 3~4위 전력"이라고 했다. 단지 상대를 깔보는 게 아니라 모비스 전력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해야 가장 적합한 용병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헤인즈가 없더라도 조 잭슨과 국내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헤인즈가 부진해도 전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동부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잭슨과 헤인즈의 출전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강력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모비스 세부적 약점인 2, 3번 라인을 공략하려는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또, 모비스 헤인즈 봉쇄법이 성공했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B 플랜을 마련하려는 전술적 의도도 있다. 양팀 사령탑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서로 어떤 부분을 공략하려는 지 잘 알고 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예상이 너무나 어렵다. 그만큼 복잡한 변수들이 많다. 하지만, 핵심은 분명히 있다. 유 감독은 헤인즈의 '왼발'에, 추 감독은 모비스의 2, 3번 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