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MVP로 호명됐을 때 가장 놀란 게 양지희가 아닐까.
양지희는 "농구를 하면서 스스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우승을 하게 되고,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돼 영광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예전에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도 간신히 올라가고 할 땐 이 팀이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 자신도 자신감이 떨어졌다. 감독님(위성우)을 만나기 전엔 내 몸도 안됐기 때문에 어느 감독이 와도 이자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우리은행은 이제 정규리그 4연패를 했고, 챔피언 결정전을 통해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MVP로 자신의 이름이 발표될 때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베스트5에 이름이 나오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고. "사실 베스트5 발표전까지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베스트5에 호명되지 않아 '올해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베스트5에 이름이 불리지 않자 국장님께서 오셔서 손을 잡더니 미안하다고 하셨다. 난 괜찮다고 했다"고 한 양지희는 "포지션이 MVP를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겠구나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었다"라고 했다.
올해 32세인 양지희는 자신의 선수생활을 길게 보지 않았다. "임영희 언니는 지금도 20대 중반의 선수들과 똑같이 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못뛰었다. 모든 선수들이 잘 뛰기 때문에 체력 훈련할 때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 약간의 부상도 있어서 영희 언니 나이까진 못할 것 같다"는 양지희는 "앞으로 2년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농구 그만두고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선 질릴 때까지 해야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우승 뒤 위성우 감독에게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중. "작년엔 우승하고 감독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올해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양지희는 위성우 감독과 선수들이 이젠 장난도 칠 정도로 정말 친한 사이가 됐다고 했다. 양지흰ㄴ "감독님은 운동장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르시다. 운동장밖에선 정도 많으시다. 처음엔 감독님께서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시니까 우리가 다가갈 생각을 못했다. 감독님이 농담을 해도 선수들이 정색을 하고 '감독님이 왜이러시지'하고 생각을 했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님이 훈련량도 우리에게 맡기시는 부분도 있고, 작년부터는 감독님과 장난도 치고 힘들면 힘들다고 쉬게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선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양지희는 "영희 언니나 박혜진,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을 많이 해서 내가 도와줘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포스트시즌에서 적극성이 떨어졌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실수를 하기도 하고 안보이는 에러도 많았다. 이번엔 책임감을 가지고 다듬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