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신한의 추락, 감독 교체 그 이상이 필요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1-13 09:46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정인교 감독이 결국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12일 신한은행 에스버드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2015~2016시즌 KDB생명 여자농구에서 최근 6연패의 깊은 부진에 빠졌고 공동 4위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 한새가 통합 3연패를 이루기 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이 WKBL리그 절대 지존이었다. 통합 6연패에다 한 시즌 최다승(37승3패, 2008~2009시즌) 등 진기록들을 무수히 남겼다. 그랬던 '레알'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이 2012~2013시즌 꼴찌에서 여왕의 자리에 등극하면서 조금씩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여자농구 최고의 사령탑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임달식 감독이 2014년 4월 지휘봉을 놓았다. 당시 임 감독의 사퇴 배경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의문 부호가 달려 있다. 일부 선수들과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얘기부터, 임 감독이 WKBL과 대립각을 세운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임 감독 후임으로 여자농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인교 감독이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중도하차는 정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신한은행은 전형수 감독 대행체제로 잔여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선수단 분위기를 빨리 수습해 플레이오프(최소 3위까지)에 나가는 것이다. 이미 이번 시즌 우승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정인교 감독은 12일 신한은행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사진제공=WKBL
전문가들은 "신한은행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전체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올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과거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강자의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신한은행이 득세할 때 바닥을 기었던 우리은행이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면서 과거 신한은행 같은 강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의 주전급 선수들 중에는 베스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너무 많다. 포인트 가드 최윤아(31)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몇년째 고전하고 있다. 비시즌에 제대로 훈련을 못하다보니 시즌을 소화할 체력이 약하다.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어야할 시기에 너무 빠른 속도로 기울고 있다. 최장신 센터 하은주(33·2m2)도 잔부상이 많아 플레잉 타임을 길게 가져갈 수 없는 몸상태다. 주득점원 김단비(26)로 경기 도중 교체 수신호를 보낼 때가 많다. 식스맨 김연주(30)는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할 선수들이 이렇게 아프다는 건 코칭스태프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

이런 현실을 단호하게 칼을 대 바꾸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여자농구의 열악한 선수 자원을 감안할 때 국가대표급 수준의 선수 한명을 키워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일정 수준에 올라선 선수는 '할머니'라는 달갑지 않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고참 선수들에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다.

신한은행이 이번 시즌 고전하는 데는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의 역할도 컸다.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을 거친 커리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6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려주고 있다.


그렇지만 커리는 국내 선수들에 잘 녹아들지 못했고, 심판 판정에 너무 예민했다. 경기 도중 플레이가 맘대로 안 될 때는 짜증섞인 표정을 자주 지어보였다. 커리의 '나홀로 농구'가 막힐 때는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오합지졸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정인교 감독이 커리를 벤치에 오래 앉혀둘 정도로 강단있게 대처하지도 않았다. 커리 같은 문제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과정에서 좋은 선택을 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현재 선수 구성은 양과 질적으로 WKBL 6팀 중에서 좋은 편에 속한다. 2000년대 후반 전성기 때 만큼은 아니지만 우수한 자원이 아직도 여럿 있다. 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면 다른 팀과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추진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첼시 리(KEB하나은행) 같은 기량이 출중한 혼혈 선수를 찾아 영입하는 것도 돌파구가 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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