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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는 길렌워터를 안고가야 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12-30 10:35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의 2015-2016 프로농구 경기가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렸다. LG 길렌워터가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득점 머신' 트로이 길렌워터(27). 이번 시즌 창원 LG를 쥐락펴락해 온 에이스다. 기록으로 길렌워터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29일 현재 경기당 평균 26.47점, 9.26리바운드. 득점 1위에 올라있고, 리바운드 5위다. 수비에 약점이 있다고 해도, 이번 시즌 KBL 최고의 공격수임에는 분명하다.

'고성능 엔진' 길렌워터를 보유하고도 창원 LG는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 하위권으로 처지더니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부진 뒤에는 불운이 있었다. 기대가 컸던 단신 외국인 선수의 부상이 팀을 어렵게 했다. 주 공격수인 길렌워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 또한 문제다. 최근 경기를 보면 길렌워터가 팀 전체 득점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국내 주축 선수들은 꾸준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고, 코칭스태프의 조금 더 치밀한 게임 전략, 준비가 아쉽다. 빈번해진 4쿼터 역전패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길렌워터 리스크'까지 신경써야 하는 세이커스다. KBL(한국농구연맹)은 28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길렌워터에게 제재금 600만원을 부과했다. 길렌워터는 지난 26일 열린 원주 동부 프로미전 때 벤치에 있다가 플로어로 물병을 던지는 돌발행동을 했다. 경기가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KBL은 길렌워터가 경기장 질서 문란과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며 경기 중에 일어난 사안에 대한 제재금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을 부과했다.

길렌워터의 부적절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일 서울 SK 나이츠전에서 그는 심판을 보면서 돈을 세는 듯한 손동작을 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을 천연덕스럽게 도발적인 제스처로 표출한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KBL은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길렌워터는 지난 11월 24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전이 끝난 뒤 본부석에 있던 심판에게 다가가 욕설을 해 제재금 200만원을 냈다.

김 진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끊임없이 자중라고 질책을 하고 설득을 하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길렌워터가 아무리 공격의 키를 쥐고 있는 해결사라고 해도 이런 돌출행동이 팀에 도움이 될 리 없다.

팀 상황이 지금의 길렌워터를 만든 측면도 있다. 길렌워터 의존도가 높다보니 매경기에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출전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후반 찬스 때면 길렌워터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팀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이없는 역전패가 이어지다보니 짜증이 늘었다는 얘기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현 시점에서 창원 LG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위권 순위싸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길렌워터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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