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라틀리프 22R, 그러나 진정한 킬러는 주희정이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22 20:56


주희정의 경기장면. 사진제공=KBL

삼성이 SK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SK를 75대72로 눌렀다.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무려 25리바운드(21득점)를 기록했다. 역대 9위 기록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주희정이었다.

한때 18점 차로 뒤져있던 삼성은 3쿼터 주희정(9득점, 4어시스트)을 앞세워 맹렬히 추격했다. 라틀리프가 SK를 온 몸으로 막았다면, 주희정은 SK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킬러'였다.

SK의 이원화 전략

상황은 묘했다. 올 시즌 첫 삼성과 SK의 경기.

잠실 라이벌전. 두 팀은 2대2 트레이드의 당사자였다. 비 시즌동안 주희정과 신재호가 삼성, 이정석과 이동준이 SK로 팀을 옮겼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전체 1순위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와 2순위 SK 데이비드 사이먼의 자존심 대결도 있었다. 지난 시즌 SK의 5승1패 절대 우위.

SK는 초반 탐색전으로 시작했다. 주전 포워드 김민수를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했다. 대신 이동준과 오용준을 넣었다. SK는 백업 멤버가 상대적으로 삼성보다 튼실하다. 일단 삼성 베스트 5의 예봉을 유연하게 맞서는 전술이 필요했다.

박승리의 연속 5득점으로 9-4 리드. 하지만 삼성은 라틀리프와 김준일의 골밑 공략으로 추격했다. 그러자, SK는 '간' 보기를 멈추고 2단계 플랜에 돌입했다. 사이먼을 벤치로 불러들인 뒤 드워릭 스펜서를 내세웠다. 김민수와 이승준을 동시에 넣으면서 약화된 골밑을 강화했다. 수비에 대한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삼성은 라틀리프의 골밑 공략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SK는 침착하게 준비된 베이스 라인 더블팀으로 대응했다.


물론 더블팀 타이밍이 약간씩 어긋나면서 불완전하긴 했다. 수비 센스가 좋지 않은 이승준에게 거기까지 기대할 순 없었다. 그러나 효과가 있었다. 삼성의 공격은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반면 SK는 활발한 외곽 움직임으로 삼성의 3-2 디펜스를 쉽게 깼다. 무더기 3점포가 나왔다. 김민수 박승리 최원혁 이현석 등이 무더기 3점포를 꽂았다. SK는 2쿼터에만 무려 8개의 3점포가 림을 통과했다.

43-27, 16점 차의 SK 리드.

진정한 X-팩터 주희정

전반 삼성의 공격이 풀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공격이 골밑에 제대로 집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조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토종가드는 주희정이었다. SK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드 최원혁을 풀코트로 그림자 마크를 했다. 체력을 떨어뜨리며 삼성의 패스 루트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2쿼터 삼성은 주희정을 아꼈다. 단 1초도 코트에 내세우지 않았다.

35-52, 17점차로 뒤져있던 삼성은 주희정이 2대2 공격을 하면서 비어있는 박재현과 장민국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다. 잇단 3점포가 터졌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이먼이 빠진 상태. 라틀리프가 골밑에서 괴력을 과시했다. 연속 4득점. 속공 상황에서 드리블을 치던 주희정을 이현석이 방해했다.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현석이 반칙을 시인하며 손을 들었다. U2 파울이었다. 속공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끊었기 때문.

곧이어 주희정은 이현석의 골밑돌파를 터치아웃으로 연결. 결국 3쿼터에만 주희정은 5득점, 2어시스트. 라틀리프는 6득점, 9리바운드. 3쿼터 종료 후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는 55-57, 2점 차 SK의 리드. 승부는 알 수 없었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라틀리프와 사이먼의 차이가 생겼다. 리그 최고의 지구력을 지닌 라틀리프는 골밑의 지배력을 극대화시켰다. 반면 체력에 약점이 있는 사이먼은 수비와 리바운드 활동폭이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SK는 오용준과 김민수의 3점포가 터지면서 균형을 맞췄다. 2차례와 동점과 5차례의 재역전.

72-71로 앞서있던 삼성의 공격. 남은 시간은 40.5초. 라틀리프와 2대2 공격을 시도하던 주희정이 그대로 순간의 빈틈을 노려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SK는 김민수와 최원혁이 회심의 3점포를 던졌지만, 림을 빗나갔다. 마지막 리바운드도 주희정의 몫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