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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별분석] 동부의 복수혈전, 모비스 약해졌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9-12 16:50


모비스와 동부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KBL

최근 얽히고 설킨 사연이 많았던 두 팀. 모비스와 동부.

올 시즌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의 주인공이었다. 12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77대66, 동부의 완승.

로드 벤슨(17득점, 10리바운드)는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고, 두경민(19득점) 허 웅(16득점)이 맹활약했다. 10분32초만을 뛴 라샤드 제임스(9득점, 2스틸)도 준수했다. 반면 모비스는 커스버트 빅터(21득점)가 분전했지만, 리오 라이온스(13득점)와 함지훈(8득점)이 부진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동부에게 수모를 안겼다. 4전 전승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프로 최초 3연패를 거머쥐었다. 동부는 비 시즌 전력을 보강했다. 모비스에서 뒷돈 문제로 전격 퇴출된 로드 벤슨을 데려왔다.

벤슨은 김주성 윤호영과 2010~2011시즌부터 두 시즌동안 동부산성을 구축했던 인물. 하지만 한-중-필 챔프전 결승에서 모비스는 또 다시 동부를 눌렀다. 경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그 대회 결승은)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가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한 번 흔들리면 잡아줄 카드가 부족하다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1쿼터=모비스의 기선제압

모비스는 쉽게 기선을 제압했다. 동부는 스타팅 멤버에 김주성을 넣지 않았다. 체력조절로 마지막에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도. 지난 시즌과 똑같았다.

확실히 동부는 어지러웠다. 로드 벤슨 외에는 제대로 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비스는 송창용은 연속 득점과 리오 라이온스의 득점으로 착실히 점수를 쌓아갔다. 17-10으로 앞서 나갔다.


이때 동부는 라샤드 제임스와 김주성을 동시에 투입시키고, 로드 벤슨을 불러들였다. 제임스는 뛰어난 개인가로 연속 7득점. 결국 22-17, 동부가 5점 차까지 따라갔다. 추격의 서막이었다.

●2쿼터=드러난 모비스의 아킬레스건

동부의 기세가 올랐다. 제임스는 계속 골밑돌파를 성공시켰다. 27-21로 모비스가 리드하는 시점. 1차 승부처가 다가왔다.

전준범과 함지훈이 잇따라 오픈 찬스를 놓쳤다. 반면 동부는 스크린을 받은 뒤 박지현의 3점포가 터졌다. 모비스 수비의 실책이 곁들여졌다. 곧이어 제임스가 골밑 돌파 이후 오픈된 두경민에게 패스를 건넸다. 여기에서 분위기는 완벽히 전환됐다. 순식간에 32-27, 동부의 역전. 문제는 그 과정 속에서 생긴 동부의 강한 상승세와 모비스의 하강세였다.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모비스의 약점과 동부의 강점이 혼합해서 나타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일단 모비스는 양동근의 공백이 있다. 외곽에서 수비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스크린 이후 오픈 찬스가 나타난다. 지난 시즌까지 정상적인 모비스 전력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던 장면들이었다. 결국 동부는 쉽게 3점 찬스를 잡았고, 골로 연결시켰다. 게다가 승부처에서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에이스가 없었다. 양동근의 공백이 드러나는 부분. 1라운드에서 모비스는 이 아킬레스건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묘하게 흐름이 동부에 넘어갔다. 여기에서 동부는 강점을 발휘한다. 단신 외국인 선수가 도입되면서, 가장 혜택을 받는 구단 중 하나가 동부다. 외곽의 확실한 스코어러가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그동안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좋은 운동능력과 강한 득점력을 가지고 있지만, 볼 소유욕이 심하다'는 평가였다. 경기 전 김영만 감독도 그 부분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동부는 준비가 있었다. 허 웅은 경기가 끝난 뒤 "제임스가 처음에는 자신의 공격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패스의 비중을 적절히 섞는다. 나와 경민이 형, 그리고 가드들은 일단 제임스에게 볼을 맡긴 뒤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외곽슛과 수비에 집중한다"고 했다. 제임스는 예상보다 매우 훌륭한 패싱센스를 지니고 있다. 2쿼터 4분40초를 남기고 제임스가 돌파 후 그대로 왼쪽 코너에 있던 두경민에게 연결, 3점포를 터뜨린 부분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결국 전반은 39-32, 동부의 7점 차 리드로 끝났다.


모비스와 동부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KBL
●3쿼터=허 웅의 발전

허 웅은 16점을 넣었다. 특히 승부처인 3쿼터에서 10점을 몰아넣었다. 야투율은 100%. 그는 U 대표팀에 갔다온 뒤 자신감을 얻었다. 확실히 움직임에 여유가 있었다.

스크린을 받은 뒤 빈 틈을 놓치지 않고,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시도했는데, 매우 여유있으면서도 정확도가 높았다. 두경민 역시 3점 라인 안팎에서 정확도 높은 슛을 적중시켰다.

결국 추격에 안간힘을 쓰던 모비스는 3쿼터 허 웅은 계속된 득점에 추격의 힘을 서서히 잃어갔다. 동부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올 시즌 3라운드까지 외국인 선수 1명, 이후부터 6쿼터(2, 3쿼터에 2명 동시 출전)를 나올 수 있다. 결국 승부처에 벤슨이 나온다고 하면, 제임스의 활용도는 제한이 걸린다. 따라서 동부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뛰어난 허 웅과 두경민의 득점력이 올라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날은 그랬다. 두 선수는 35득점, 7어시스트를 합작했다.

●4쿼터=함지훈의 각성

경기가 끝난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리더가 없다는 게 문제다. 1라운드에서는 함지훈이 해야 한다"고 했다. 비 시즌동안 몸을 착실히 만든 함지훈은 지난 시즌과 같은 부상 후유증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스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그동안 양동근이 있었고, 자신은 골밑에서 핵심이지만, 완벽한 에이스는 아닌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어찌보면 함지훈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는 4쿼터 6득점을 올렸다. 3쿼터까지 2득점에 그쳤다. 동부는 로드 벤슨이 가운데 버티면서, 수비를 조율했다. 맨투맨이든 지역방어든 대부분 그랬다.

때문에 함지훈의 공격공간이 골밑의 스페이스가 적었던 게 사실. 그렇다 해도 함지훈은 좀 더 보이는 기록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확실한 에이스와 득점원이 없는 상황에서 함지훈의 외곽 공격은 너무 신중하다.

만약, 함지훈이 좀 더 보이는 공격에서 비중을 높이면, 양동근이 돌아온 뒤에도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모비스는 동부에서 4쿼터 내내 끌려다니면서 완패했다. 동부는 여전히 강팀이라는 점을 입증했고, 모비스는 올 시즌 극복해야 할 아킬레스건을 발견한 경기였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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