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악재가 가득하다. 지난 시즌 챔프전의 잇단 '해프닝'. 결국 강행한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 한 고비는 넘겼지만, '전창진 감독 논란'이 비 시즌을 지배했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스러운 지원까지.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치의 예상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준비했다. 5탄 KCC는 1순위에서 유일하게 단신선수 안드레 에밋을 지명했다. 2순위는 전자랜드의 신화를 연출했던 리카르도 포웰이다. 상황에 따라 극과 극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KCC다.
|
*지명내용
1순위=안드레 에밋(1m91·슈팅가드) 2순위=리카르도 포웰(1m96·스몰포워드)
안드레 에밋은 NBA 출신 선수다. 복수의 타팀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농구기술만 놓고 볼 때 참가 선수 중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기량 자체는 압도적인 부분이 있다. 넓은 시야와 좋은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1대1 스킬이 매우 뛰어나고 득점력 역시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이다. 기본적으로 한 경기 20점 이상 넣을 수 있는 기량이 확인된 선수다. 외곽포의 경우 점프는 낮지만, 안정적인 슈팅 기술을 자랑한다. 슈팅가드 치곤 파워가 뛰어나기 때문에 골밑을 파고들 때 묵직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포인트가드 뿐만 아니라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 포지션까지 수비 커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포스트 업이 가능하고, 더블팀 대처능력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농구를 알고 하는 BQ와 센스를 두루 갖춘 선수다. 또 포스트 업도 능수능란하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 있는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33세의 베테랑. 코트에서 여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트라이 아웃 현장에서는 "공격보다 수비에서는 열정적인 모습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KCC 측은 "알아서 자신의 몫을 하는 선수다. 트라이아웃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있다. 수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분은 실전에서 평가해야 좀 더 정확하다. 현 시점에서 '수비가 강하다고 볼 순 없다'는 평가가 가장 정확할 듯 하다.
리카르도 포웰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다. 내외곽 공격이 모두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다. 게다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승부처에서 클러치 능력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하지만 수비력은 문제가 있다. 골밑에서 버티는 힘은 있지만, 골밑 수비 자체는 '자동문' 수준이다. 순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외곽의 수비에서도 문제를 드러낸다.
팀 약점 & 포지션 중복은?
KCC가 1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단신 선수를 지명한 것은 하승진 때문이다. 하승진이 골밑을 든든히 지킨다는 가정 하에 에밋과 포웰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볼 소유에 대한 배분 문제다. 김태술과 전태풍이 가드진의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에밋과 포웰이 있다. 네 선수 모두 볼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데 능하다. 하지만 볼이 없는 농구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네 선수 모두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다. 때문에 코트 내에서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공격에서 볼 소유 분배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다. 네 선수 모두 1대1 공격과 함께 패스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이다. 어떤 창의적인 플레이로 수비 약점을 파고들 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조직력이 갖춰진다면 공격은 원활하게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2대2 공격에도 능하기 때문에 공격 루트는 다양해 질 수 있다.
문제는 수비다. 승리의 필수요소가 수비력이다. KCC 베스트 5의 면면을 살펴보면 개인 수비 뿐만 아니라 조직적 수비력도 떨어진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버텨주지만, 수비폭이 매우 좁은 선수다. 때문에 하승진이 버틴 KCC와 상대하는 팀들은 림에서 3~5m 떨어진 미드 레인지 부근의 오픈 찬스를 적극 활용한다. 여기에 속공을 곁들인다.
김태술은 스틸 능력은 좋지만, 활동량이 풍부한 가드는 아니다. 전태풍 역시 최근 체력적 부담과 노쇠화로 인해 수비는 허점이 매우 많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에밋 역시 가드진의 수비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강력한 수비를 지닌 것도 아니다. 포웰도 마찬가지. 결국 공수에서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즉, 수비력이 좋은 신명호 등 롤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추승균 감독의 최대 숙제다.
하승진을 믿을 수 있나
KCC는 매우 매력적인 팀이다. 투자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팀과 달리 활발한 FA 영입과 투자로 항상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만들어낸다. 물론 결과가 투자와 비례하진 않지만, KCC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매우 긍정적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의 의지와 함께 KCC 수뇌부의 농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올 시즌 갈림길이 있었다. 리빌딩이 첫번째. 두번째는 기존 전력을 강화, 또 한 차례의 우승을 노리는 방법이었다. KCC답게 또 다시 후자를 택했다. 그 중심에는 하승진이 있다.
부활에 힘쓰고 있다. 올 시즌 몸상태도 좋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한 시즌을 치르는데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상으로 팀 공헌도가 많이 떨어졌다. 수비에 대한 약점이 있다. 상대팀은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하는데, KCC 입장에서는 효율적 대처가 쉽지 않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버텨줄 때 에밋이나 포웰의 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하지만 하승진의 공백이 생길 때 B 플랜을 마련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외국인 선수의 골밑 수비부담이 가중되면서 전력의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실 이상적으로 볼 때 하승진은 비중있는 식스맨으로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시 KCC의 선택은 하승진을 믿는 것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