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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없는 외국인 2인제와 혼란 부추긴 U1파울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5-04-09 18:24 | 최종수정 2015-04-10 06:48


KBL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선발 규정에 따라 2015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진캡처=KBL 홈페이지

김영기 총재 체제에서 KBL 사무국은 전 한선교 집행부 때와는 달리 경기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싶어 했다. 농구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 감독까지 지낸 김영기 총재는 '재미있고 빠른 농구'로 제2의 중흥기를 구상했다. 그러면서 의욕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외국인 선수 2명의 동시 출전과 'U1' 파울이다.

의도는 순수했다. 김 총재는 국내 프로농구의 출범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프로농구 초창기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뛰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당시 남자농구는 농구대잔치 시절의 토종 스타 플레이어 그리고 낯선 외국인 선수들의 등장으로 재미가 있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김 총재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 보유에 1명 출전 규정을 2명 동시 출전(2·4쿼터에 한해)으로 변경했다. 또 2명 중 1명의 신장을 1m93이하로 제한했다. KBL 사무국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바꾼 규정으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이제 논란이 된 새로운 외국인 선발 규정은 적어도 2015~2016시즌엔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 규정은 농구 현장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선수를 둔 한 학부형은 "그 구상은 토종 선수들의 설 자리를 축소시킨다. 프로에서 그런 식으로 규정 변화를 가져오면 중고 학생 선수들은 목표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부모 입장에서 농구를 시키고 싶은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의 직언은 현 KBL의 의사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장에서 감독, 선수 그리고 팬들의 다수가 얘기를 해도 그게 좀처럼 의사결정에서 반영이 안 된다. 총재가 이사회에서 새 안건을 내면 그게 충분한 검토를 거쳐 좋고 안 좋고를 떠나 반대할 이사가 없다. 아무리 구단 실무자들이 규정 변경에 대해 검토하고 반대 논리를 올리더라도 이사회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낮다."

U1 파울도 프로농구판에 혼란을 야기했다. 김 총재는 속공을 활성화하기 위해 U1파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수장이 되고 난 후 서둘러 규정을 개정했다. 2014~2015시즌 전 구단 연습경기 때 심판들이 새로운 U1 파울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도입 취지와 상관없이 U1파울은 준비와 이해가 부족했다. 규정 적용이 너무 애매모호했다. 상황에 따라 심판 성향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코치는 "심판도 감독도 팬들도 새로운 U1 파울을 명확하게 잘 모르고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애매모호한 장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부임 이후 경기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심판진의 개혁을 요구했다. 감독들이 바로 판정에 항의를 할 수 없게 만들어 심판진의 권위를 높여주는 동시에 또 오심 판정이 확인된 심판에게 강한 징계까지 내렸다. 심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높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런 변화는 한 시즌 만에 대혼란을 야기했다. 김 총재는 최근 반대 여론의 수위가 높아지자 농구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총재의 기본 자세가 바뀌어야 KBL도 달라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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