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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투혼의 LG, 극적인 반전 가능한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3-25 08:24 | 최종수정 2015-03-25 08:24


창원 LG 세이커스 김시래가 24일 열린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시킨 창원 LG, 체력이 바닥난 세이커스는 그래도 강했다. 김 진 감독이 "정신적인 부분이 육체적인 부분을 지배했다"고 한 말처럼 '투혼'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KCC 남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울산 모비스를 84대79대로 제압한 LG. 모비스의 우세 예상속에서 LG는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갔다. 정규시즌 4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LG는 고양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를 펼쳤고, 4강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이틀에 한경기씩 8게임을 치르고 코트에 올랐다. 주장 김영환은 "체력이 떨어져 가벼운 훈련을 해도 힘들다"고 했다. '주포' 제퍼슨이 1차전 경기 시작 전에 진행된 애국가 행사 때 불손한 행동을 해 퇴출된 상황. 최악의 환경에서 세이커스는 다시 날아올랐다.

1차전을 내주고 제퍼슨이 퇴출되면서 시리즈가 싱겁게 끝나는 듯 했다. LG 관계자는 "솔직히 2차전만 어떻게 이겨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악조건이 세이커스를 깨웠다. '시한폭탄'을 안고 다니는 것처럼 불안했던 제퍼슨의 퇴출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됐다. 김 진 감독은 "확실한 공격루트가 사라졌으나 동시에 다양한 득점루트가 생겼다. 인성도 문제였지만 제퍼슨의 몸 상태가 안 좋아 큰 활약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제퍼슨에 가려있던 38세의 크리스 메시가 투혼을 발휘했고, 김시래 김영환 문태종 등 국내 선수들도 하나가 돼 최고의 경기력을 쏟아냈다.


24일 울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는 창원 LG 세이커스 문태종. 사진제공=KBL
이제 2승2패,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다. 세이커스의 '불꽃처럼 살아난 봄'은 계속될 수 있을까.

벼랑끝에서 어렵게 살아났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진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여전히 모비스가 우세하다"고 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는 노련하다.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5차전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더구나 마지막 5차전은 모비스의 울산 홈경기다.

그래도 심리적으로는 세이커스가 유리할 것 같다.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맴돌던 LG는 후반기에 대반전을 이뤄냈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이기고 오리온스가 패해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모비스는 정규시즌 1위팀이다. 아무래도 모비스는 쫓기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LG 구단 관계자는 "사실 4차전은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놀라운 투혼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모비스에 비해 조금 더 편하게 마지막 경기에 나설 수 있다.



LG는 24일 4차전을 포함해 지난 8일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부터 17일 간 9경기를 했다. 순위가 결정된 지난 5일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치면 20일 간 10경기를 치렀다. 이제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단계다. 그런데 정도는 약간 덜 할 수 있겠으나 모비스 또한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마찬가지다.

김영환은 2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3차전까지는 확실히 모비스가 체력적으로 우리보다 나았는데, 4차전 때는 모비스 선수들도 지쳐있었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도 "선수들이 우두커니 서 있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제 모비스가 체력적으로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긍정적인 요소는 또 있다. LG 관계자는 "3차전이 졌지만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기였다면, 4차전은 확실히 이긴 경기였다"고 했다. 3차전에서 한때 20점까지 뒤졌던 LG는 경기 후반에 무섭게 따라가 모비스를 몰아붙였다. 비록 79대86으로 패했으나 LG가 쉬운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3차전 막판부터 LG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26일 벌어지는 5차전이 궁금하다.

창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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