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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가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뒀다. 3차전 승리를 거둔 동부는 챔프전 진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
1쿼터=김주성의 휴식
동부의 고민 중 하나는 김주성과 데이비드 사이먼의 체력이다. 35분 이상을 뛰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 그들의 체력을 4쿼터 승부처까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동부의 가장 큰 관건이다.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김주성이 빠진 것 뿐만 아니라 홈 코트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선 제압이 중요했다.
하지만 동부의 출발이 순조로웠다. 연속 6득점. 전자랜드는 김지완의 3점포를 시작으로 그림같은 리카르도 포웰의 패스를 주태수가 마무리했다. 연속 9득점. 정영삼의 슛 셀렉션이 좋았는데, 스크린을 받은 뒤 동부외곽과 골밑의 약점인 미드 레인지 점퍼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동부는 사이먼이 6득점을 올렸지만, 두 차례가 미드 레인지 점퍼였다. 이 부분은 전자랜드에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주태수의 강력한 밀착마크 때문이었다. 김주성은 4분을 남기고 윤호영과 교체돼 코트를 밟았다. 13-11, 동부의 근소한 리드. 더욱 중요한 것은 김주성과 윤호영에게 휴식시간이 돌아갔다. 이 부분은 승부처에서 많은 의미를 지닌다.
2쿼터=정영삼의 영리함
동부는 앤서니 리처드슨이 나왔다. 2차전, 전자랜드는 리처드슨의 저돌적 돌파와 효율적 패스로 외곽 수비가 무너졌었다.
경기 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우리가 할 부분을 못했다"고 했다. 수비의 치열함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 이날 전자랜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달랐다. 한마디로 초밀착 수비였다. 동부는 특유의 3-2 지역방어를 꺼내들었다.
전자랜드는 포웰이 두 차례 깨긴 했지만, 간헐적이었다. 결국 팽팽한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5분16초를 남기고 동부 박병우가 패스미스를 했다. 분위기를 볼 때 악성실책이었다. 정영삼이 두 차례 득점 기회를 살렸다. 23-18, 5점 차의 전자랜드 리드.
동부는 김주성을 다시 투입했다. 착실한 골밑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꿨다. 다시 접전. 결국 27-27, 동점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하지만 김주성의 파울은 3개. 승부처 복선이 될 수 있는 부담스러운 숫자. 전자랜드 수비는 너무나 끈질겼다. 고비에 나온 정영삼의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3쿼터=전자랜드의 멀티 에이스
박성진의 3점포가 터졌다. 바스켓 카운트까지 얻어냈다. 4점 플레이였다.
전자랜드가 폭풍같은 기세를 올렸다. 포웰의 득점과 박성진의 3점포가 또 다시 터졌다. 골밑에서 포웰과 이현호의 득점도 나왔다. 순식간에 40-29로 스코어는 벌어졌다. 여기에서 전자랜드의 공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주성은 파울에 대한 부담이 많았다. 이 부분을 포웰이 적극 공략했다. 전자랜드는 특유의 조직적인 패스게임으로 포웰과 김주성의 대치상태를 만들었다. 결국 김주성이 소극적인 수비를 하자, 포웰의 득점과 어시스트의 효율성이 늘어났다.
동부는 안재욱의 골밑슛과 김주성의 속공, 그리고 리처드슨의 3점포로 추격했다. 40-36, 4점차로 쫓긴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미드 레인지에서 터프샷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포웰이 3점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다시 돌렸다. 전자랜드의 핵심이 완벽히 제 역할을 하는 순간. 결국 45-37, 8점 차의 전자랜드 리드. 동부는 기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엄청난 부담감에 플레이에서 묻어났다.
4쿼터=동부 높이는 너무나 굳건했다
전자랜드는 레더가 4쿼터 먼저 나왔다. 승부처 포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 게다가 3쿼터 중간중간 체력적 부담으로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레더는 골밑 덩크 시도에서 공격자 파울이 나왔다. 손을 썼다. 전자랜드의 밀착마크를 뚫고, 사이먼의 골밑슛이 터졌다. 전자랜드의 공격 효율성이 떨어졌다. 동부는 박병우의 오픈 3점포가 작렬됐다. 42-45, 3점차까지 따라왔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왔다. 전자랜드는 포웰이 나왔다.
동부는 사이먼의 묵직한 골밑슛이 터졌다. 게다가 베테랑 박지현의 3점포가 터졌다. 47-47, 동점이었다.
양팀의 발걸음은 현격하게 느려졌다. 이때 포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밑돌파 이후 이현호에게 절묘한 어시스트. 팽팽한 상황에서 또 다시 골밑돌파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동부는 기어를 바꿨다. 사이먼의 골밑공격의 효과가 떨어지자, 리차드슨으로 교체했다. 동부의 또 다른 힘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병우의 미드 레인지 점퍼. 포웰과 이현호의 공격이 리처드슨, 윤호영의 더블팀에 연속으로 막혔다. 곧바로 김주성의 속공이 터졌다. 51-51, 동점.
1골 싸움. 전자랜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공격루트가 포웰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부 윤호영은 너무나 잘 막았다. 동부는 경기종료 58초를 남기고, 윤호영의 슛이 짧았다. 하지만 리처드슨이 잡은 뒤 바스켓 카운트를 얻었다. 결국 54-51, 역전. 전자랜드는 포웰이 3점포를 던졌지만, 림에서 벗어났다. 결국 경기 막판 리처드슨의 투입은 적중했다. 포웰은 지쳤고, 리처드슨은 공수에서 그 약점을 제대로 이용했다.
동부는 높이의 힘으로 전자랜드를 눌렀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수비는 정말 너무나 뛰어났다. 상대를 질식시킨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 막판, 동부는 절대적인 높이의 우위를 맘껏 이용했다. 전자랜드 전력의 한계를 절감한 경기였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