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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니갱망] LG 문태종, 강렬한 한마디 "5차전, 분명 다를 것이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3-14 19:16


LG 문태종의 경기장면. 사진제공=KBL

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I'm from korea.(나는 한국에서 왔다.)"

이 얘기를 현장에서 듣는 순간, 필자의 온 몸에는 짜릿한 전기가 흘렀다.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지난해 9월27일 인천 아시안게임 필리핀과의 8강리그 2차전.

40세였던 문태종은 도저히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경기를 했다. 32분16초를 뛰면서 6개의 3점포를 포함, 38득점을 폭발시켰다. 100%의 성공률을 보인 10개의 자유투가 있었다. 한마디로 '미친 경기력'이었다.


당시 한 필리핀 기자는 혼혈인 그의 외모를 보고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국가대표 경기에서 가장 좋았던 활약"이라고 했다.

국가대표 훈련장인 진천선수촌을 수 차례 들르면서, 그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유재학 감독은 그 어떤 베테랑에게도 연습에서 예외조항을 두지 않았다. 문태종은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뛰었다.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완벽한 한국의 에이스였다. 클래스가 다른 슈팅능력과 테크닉은 언제나 팬에게 감탄을 넘어선 감동을 줬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직전 필자와의 얘기 도중 "진짜 3라운드 정도를 뛴 것 같다. 너무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충분히 쉬면서 시즌을 준비해도 부족할 불혹의 나이다.

결국 올 시즌 초반 결장했다. 그의 경기력을 본 상대팀 관계자는 "문태종이 발을 코트에 질질 끌고 다닌다. 내가 봐도 안쓰럽다"고 했다. 실제 너무나 안쓰러웠다.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많이 부진하다. 3차전에서 7득점(3점슛 5개 시도, 모두 실패)에 그쳤고, 4차전에서 3득점만을 올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야투율이다. 2점슛 1개만을 성공시켰다. 3점슛은 4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다. 야투율이 10%에 불과하다. LG 대패(63대77)의 원인이 됐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의 니갱망'으로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진의 이유는 역시 체력이다. 오리온스는 풍부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문태종에게 엄청난 체력전을 강요한다. 그와 매치업이 되는 김동욱은 "수비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공이 없을 때 많이 뛴다. 태종이 형은 승부처에서 워낙 무서운 선수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체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문태종은 자신의 부진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그는 "타이트한 수비로 인해 슛 찬스를 쉽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매우 힘든 건 사실이고, 그런 체력부담 때문에 슛 성공률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리그 최고의 클러치 능력을 갖고 있는 그는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를 남겼다.

"5차전은 분명 다를 것이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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