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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의 삼류문화가 초래한 장윤창 사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1-18 09:14


KGC 선수들의 모습. 사진제공=KBL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1990년대 배구 슈퍼스타 장윤창씨의 불구속 입건 사건이다. 그의 아들은 KGC 농구선수 장민국이다. 그의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KGC 구단 사무실에서 화분을 던지고, 의자를 파손했다는 혐의.

아마농구도 아닌 프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장민국은 1m98의 유망한 장신 포워드다. 지난 시즌 KCC에서 평균 26분44초를 뛰면서 7.8득점, 3.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시 KCC 허 재 감독은 "장민국의 득점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결국 KCC는 FA(자유계약선수) 김태술을 영입하면서 사인 앤 트레이드(원 소속구단이 FA 계약을 체결한 뒤 트레이드하는 방식)로 장민국을 KGC로 내줬다. 김태술이 KCC, 강병현 장민국이 KGC로 이적하는 2대1 트레이드였다.

장민국은 올 시즌 17경기에 출전, 평균 10분16초를 소화했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KGC는 포워드 자원이 넘친다. 국가대표 출신 양희종과 강병현, 그리고 알짜 포워드 최현민이 있다. 포지션이 겹친다. 게다가 장민국의 성장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 사이에서 어중간한 트위너 성향이 짙었다. 공격력은 준수했지만, 수비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 장윤창씨가 개입했다. 아들의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복수의 프로농구 관계자에 따르면 "장민국의 트레이드 대상팀이 삼성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민국은 프로선수다. 그가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을 할 순 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구단 사무실에서 아들의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결국 불구속 입건까지 됐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한국프로농구는 아직까지 '완전한 프로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많이 한다. 선수들의 의식과 프런트의 운영 등이 아직까지 불완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프로선수의 가족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선수의 거취와 관련,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은 거의 없었다.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KGC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장윤창 사건'은 기본적으로 KGC의 구단 운영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모기업 KT&G가 2005년 SBS를 인수한 뒤, 2010년 9월 구단명칭을 KGC로 바꾸었다. 현재 KGC 농구단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FA 영입 뿐만 아니라 내부 인센티브 등 선수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됐었다. 2011~2012시즌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 등 뛰어난 선수들을 구성,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로 선수들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 2년간 편법이 섞였지만, 치밀한 리빌딩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태술은 트레이드, 박찬희와 이정현 오세근 등은 모두 신인 드래프트로 건진 선수들이었다.

2005년 이후 KGC는 고위수뇌부와 감독간의 관계가 불편한 적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감독권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이상범 감독의 경질이다. 당시 KGC 프로구단 고위수뇌부는 쓸데없는 간섭이 너무 많았다. 코칭스태프 동의없이 고문을 영입하고, 선수구성이나 FA 재계약 등에 일방적 지시를 했다. 물론 10개구단 고위수뇌부와 감독들은 때때로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KGC는 다른 9개 구단에 비해 감독권한에 대한 마지노선이 너무 약하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고위수뇌부가 지나친 간섭을 하면서 선수단의 응집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준비가 되지 않은 이동남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올렸다. 누가 봐도 구단 편의에 따른 인사였다. 이동남 감독대행도 KGC에게도 독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 이 감독대행 흔들기가 외부에서 포착됐다. 농구 원로들이 차기 사령탑을 노리고 이 감독대행의 경기운영능력을 비판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상범 감독이 사퇴를 가장한 경질될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흔들기'와 거기에 반응한 KGC의 고위 수뇌부였다.

이같은 현상은 KGC 스포츠단의 '삼류문화' 때문이다. 그들은 프로농구 뿐만 아니라 여자프로배구, 탁구, 배드민턴을 함께 운영한다. 여자프로배구와 탁구, 배드민턴 등은 상대적으로 감독의 권한은 약하고, 스포츠단 프런트의 힘이 강하다. 이런 힘의 관계를 프로농구에도 고스란히 옮겨놓으려고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모기업 KT&G가 팀을 운영하던 2000년대 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외부충돌이 빈번했다. 또 하나, 여전히 '공기업 문화'에 익숙한 KGC 고위수뇌부의 연줄을 통해 사령탑을 노리는 현상도 다른 기업에 비해 그 경향이 짙다는 지적도 있다. 계속된 '외부 흔들기'의 근본원인이다.

결국 KGC는 프로농구를 '프로'답지 않게 운영한다. 감독의 권한은 약하고, 프런트(핵심은 고위수뇌부다)의 힘은 강하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응집력은 떨어진다.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KGC가 성적이 제대로 나지 않는 이유다. 프로의 근본과 원칙이 흔들린다.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선수의 아버지가 구단까지 들어와 트레이드 요청을 하는 아마추어에서나 볼 수 있는 촌극이 발생했다. 결국 '자승자박'인 셈이다.

KGC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고위수뇌부의 인식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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