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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감독, 패배에 "차라리 잘됐다"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1-11 11:40


"차라리 잘 됐어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대표적인 '호랑이 감독'이다. 처음 프로 사령탑 지휘봉을 잡은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은 한 시즌만에 꼴찌에서 우승팀으로 변신하는 기적을 썼다. 위 감독의 지옥훈련으로 단시간내에 체질개선에 성공했고, 시즌 중에도 끊임없는 채찍질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26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춘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26/
그렇게 이룬 2년 연속 통합 우승.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의 신한은행에 이어 새로운 왕조를 이룩하고 있었다. 올시즌에도 개막 이후 역대 최다인 16연승을 질주하며 사상 최초 '전승 우승' 얘기까지 나왔다.

그 사이 호랑이 같던 위 감독에게도 변화가 감지됐다. 예전보다 호통이 줄었고, 선수들을 조금씩 풀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위 감독은 이에 대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년 연속 우승을 하고 3년째 생활을 하니, 그렇게 안 해도 잘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예 야단을 치지 않는 건 아니다. 위 감독은 "너무 아니다 싶으면 예전처럼 얘기한다"며 "그래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트에서 선수들과 싸우는 고민을 했는데, 이젠 고민이 덜하다"고 했다.

개막 이후 파죽의 16연승. 이후 1패를 당했으나 다시 2연승을 달렸다. 지는 게 낯선 팀이 돼버린 우리은행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 KB스타즈에게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전반 내내 가져왔던 우위를 후반 들어 뺏겨 4쿼터에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시즌 2패째.


패배 이후에도 위 감독은 침착했다. 예전 같았으면 엉망이었던 경기력에 화를 냈겠지만, 그는 "차라리 잘 됐다"고 말했다. 무슨 이유였을까.

위 감독은 선수들이 풀어지는 걸 가장 경계하고 있다. '우승팀'이고 '강팀'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점점 느슨해져 결국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날은 호통 대신 '패배'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위 감독은 경기 후 "KB스타즈는 하루 쉬고 경기를 했다. 우린 3일 쉬고 했는데 체력적으로 부족하면 할 말이 없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35-24로 졌다"며 "상대가 잘 했다. 상대는 준비를 잘 했고, 우리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는 승차에 여유가 있다 보니, 간절함이 없는 것 같았다. 오늘 패배를 계기로 준비를 잘 해야 한다. 패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경기하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은행은 12일 청주 KB스타즈전을 끝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간다. 12일 원정경기는 9일 홈경기에 이은 리턴매치, 5라운드의 첫 경기다. 과연 우리은행이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극강'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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