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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가 원주 동부 프로미를 물리치고 공동 6위 대열에 올라섰다. KGC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원정경기에서 무서운 슛감을 선보인 '캡틴' 양희종(15득점 3점슛 4개)과 오세근(16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활약을 앞세워 84대69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KGC는 7승11패를 기록하게 됐다. 부산 KT 소닉붐, 창원 LG 세이커스와 함께 공동 6위다. 반면, 동부는 12승6패로 고양 오리온스에게 공동 3위 자리를 허락했다.
힘겨운 일정을 치르는게 똑같았다. 똑같은 퐁당퐁당 일정. 먼저 홈팀 동부는 1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LG-KT-SK를 만났다. KGC 역시 같은 날 삼성-KCC-전자랜드와 상대했다. 성적도 똑같았다. 첫 두 경기를 양팀이 나란히 승리했다. 그리고 직전 경기에서 패했다. 그것도 약속이나 한 듯이 접전 끝에 패했다. 동부는 연장 접전 끝에 SK에 68대69로 분패했고, KGC는 전자랜드에 경기 3쿼터까지 15점차로 앞서다 4쿼터 뒤집혔다.
그렇게 몸도 힘들고, 분위기도 다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전 양팀의 분위기가 달랐다. 동부는 김주성, 박지현 등 주전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김영만 감독은 "대체 선수들이 5분만 버텨주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 것이 악수가 됐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0-9 스코어가 됐다. 초반 분위기를 상대에 넘겨줬고, 이 영향이 경기 끝까지 미쳤다.
확실히 움직임이 달랐다. 동부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 리처드슨을 제외하고 대부분 몸이 무거워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쿼터 윤호영과 허 웅이 모두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졌다. 반면, KGC 선수들은 체력적인 문제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동부 리처드슨이 2쿼터 혼자 17점을 폭발시키는 원맨쇼를 선보였는데, 이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승패는 일찌감치 갈릴 경기였다. 그래도 김주성의 3쿼터 투혼으로 대등하게 가던 승부는 3쿼터 종료 직전 KGC 윌리엄스의 바스켓 카운트 득점과 4쿼터 시작하자마자 터진 김윤태의 연속 3점슛으로 일찌감치 끝이 났다. 3점 두 방을 맞은 동부는 힘없이 무너졌다.
지역방어를 깨는 가장 쉬운 방법, 주고 뛰기.
동부는 강한 수비로 선두권 싸움을 벌이는 팀이다. 김주성-윤호영-사이먼의 트리플 포스트를 축으로 한 변화무쌍 지역방어가 강점인 팀. 하지만 농구에서 깨지 못하는 수비는 없다. KGC가 이날 경기 지역방어 격파의 정석을 선보였다.
지역방어는 상대 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을 어떻게 차지하는가의 싸움. 드리블을 통한 개인 돌파는 무조건 첩첩산중에 막힌다. 결국 지역방어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패스를 통한 것이다. 그리고 공을 안가진 선수가 상대 빈틈을 파고 드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그러면 무조건 슛 찬스가 난다.
이날 경기 KGC는 양희종이 1쿼터 3개의 3점포를 성공시켰다. 이 3점포 덕에 동부 지역방어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KGC 선수들은 무리하게 개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주고 뛰는 경기를 택했다. 경기 초반에는 상대 골밑을 노리는 백도어 커트인이 빛을 발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동부의 높은 골밑에도 분명 빈틈이 있었다. 큰 선수들이 상대 포스트를 외곽쪽으로 끌어내고, 그 빈틈을 작은 선수들이 돌아 들어가 패스를 받아 손쉬운 슛을 성공시켰다. 이 똑같은 공격에 동부는 수차례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가 한국 무대 마지막이 된 외국인 선수 레슬리의 날카로운 패스가 이어졌다.
3, 4쿼터에도 마찬가지. 3쿼터 시작하자마자 KGC는 그림같은 패스워크로 동부의 지역방어를 무너뜨렸다. 외곽에서 골밑의 레슬리에게 패스가 투입되자, 동부 센터진이 레슬리를 막았다. 레슬리가 침착하게 커트인해 들어오는 오세근에게 패스를 내주는 장며니 인상적이었다. 3쿼터 마지막 쐐기 득점을 박을 때도 센터 윌리엄스가 하이포스트에서 로우포스트로 커트인을 잘해줬기에 손쉬운 득점이 가능했다. 4쿼터에는 로우포스트 근처에서 나오는 오세근의 받아먹기 득점들이 쐐기포로 작용했다.
동부산성을 무너뜨린 이동남 감독대행의 절묘한 한 수였다. 확실히 KGC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호홉이 좋아지고 있다.
원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